곰은 미련하다? 환경변화 민감한 동물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린 어디쯤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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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좀처럼 듣기 어렵지만, 필자의 유년시절만 하더라도 무언가 잘못하여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 흔히 들었던 말이 '곰처럼 미련한'이라는 수식어였다.

마냥 철없던 유년시절이라 그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한 곰의 느릿느릿한 행동에 빗대어 만들어진 수식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곰이 정말로 미련한 동물일까? 곰은 잡식성으로 주로 곤충이나 물고기, 벌꿀을 비롯해 도토리와 같은 열매를 먹이로 삼지만, 서식지의 환경에 따라 초식동물이나 연어, 물개 등을 잡아먹기도 한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륙에 서식하는 곰은 겨울잠을 잔다. 춥고 황량한 겨울엔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해 다른 동물에 비해 몸집이 큰 곰은 생존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내륙에 서식하는 곰은 먹이가 풍성한 가을에 왕성한 먹이활동을 통해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겨울잠'이라는 고도의 생존전략으로 힘겨운 겨울을 이겨낸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여 고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곰에게 이제 더는 '미련한'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비단 곰뿐만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 상상을 초월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동·식물들은 자연계에 무궁무진하다.

요즘 세간에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수출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에 비해 무려 38% 이상 곤두박질치면서 2년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아마존, 애플 등 대형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 축소 및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G2 무역전쟁, 작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D램의 가격 인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20% 이상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단순한 문제로 치부(置簿)하고 넘어가기엔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반도체 수익의 대부분을 단순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어서 시장의 상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및 로봇 등에 사용하는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 새로운 환경 및 시장에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혁신하는 다변화 전략은 물론, 반도체 이외에 국가의 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포스트 반도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바야흐로 와해(瓦解)적 혁신기술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클라우스 슈밥이 다보스 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융합, 실제와 가상현실이 융합된 '사이버물리시스템' 시대의 도래를 주창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벌써 3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와해적 혁신기술에 의해 먹고 먹히는 승자독식의 각축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국들이 하루가 멀다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으며 시간과 혁신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한정된 좌표(座標)에서 어디쯤 위치했는가?

지난달 22일 세계경제포럼(WEF)인 다보스 포럼에서 유럽최대 제조사인 지멘스(Simens) 조 케저 CEO가 "찰스 다윈이 옳았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자도, 가장 똑똑한 자도 아니다. 주변의 다양한 조건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라고 역설한 말을 가슴 깊이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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