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기업 비은행권 대출 증가
까다로운 심사에 어려움 호소

"중소기업들은 아무리 기술력이 있어도 재무상황에서 담보 여력이 없으면 대출이 쉽지 않다. 대출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경남 도내 한 중소기업 사장 얘기다. 실제 경남지역 전체 여신에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매달 집계 발표하는 '도내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 자료'를 살펴봤다. 지난해(11월 잔액 기준) 도내 여신은 기업 대출 56조 1000억 원, 가계 대출 57조 5000억 원이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기업 대출이 47.5%로 가계대출 48.6%보다 다소 낮았다.

과거에는 기업 대출이 가계 대출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 대출 비중은 2013년 49.6%(가계 45.4%), 2014년 48.4%(가계 47.7%) 등이었다. 기업 대출은 그러다 2016년 46.1%로 가계 대출 49.0%보다 낮아졌다.

특히 기업 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 수치상으로 특징을 나타낸다. '중소기업 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경남은 2015년 8.2%로 전국 평균 7.8%보다 높았다. 하지만 경남은 2015년 9.0%(전국 11.0%), 2016년 6.6%(전국 8.4%), 2017년 7.3%(전국 11.2%), 2018년 5.5%(전국 10.5%)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대기업 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도내는 2017년까지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지난해 6.1%로 전국 평균 1.3%를 웃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비은행권 대출로 향하는 분위기다. '도내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2013년 7.2%, 2016년 11.7%, 2017년 14.4%, 2018년 15.6%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최근 발표한 '경남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과 시사점(한대성·홍준유)'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부분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경남지역 기업 대출은 전국 대비 낮은 증가율 및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부진한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 의존도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대출행태 변화는 성장성은 있으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여건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 "도내 금융기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 대출 태도로 산업 지원 기능을 약화했다"며 "즉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 강화로 경영전략을 지나치게 수익성·안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도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 대출 어려움이 투자 부진 원인으로 이어졌고, 도내 경제 전반적인 침체에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창원에서 20년 넘게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 씨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창업·정책자금은 그나마 나은 편인데, 일반 중소기업들은 운영자금을 담보 없이 대출받기는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또한 기존 대출 상환 연장을 못 해 불량기업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7년 전국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금융 이용과 애로실태'를 조사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 애로 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44.2%)'를 1순위로 꼽았고, '까다로운 대출 심사(31.8%)' '과도한 부동산 담보 요구(19.4%)' '신용 위주 대출(16.3%)'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경남도는 전례 없던 도내 전 금융기관 대표자와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경수 도지사가 직접 주재한 '경제혁신 금융 간담회'였다. 김 지사는 이 자리서 "기업들이 쓸 수 있는 금융자금을 이미 소진했고, 보증 한도 여력도 없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주저앉아야 한다"며 "이러한 시기에 도·금융기관이 특히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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