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현대중 인수합병 MOU
노조 "일방통행식 매각"반발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31일 대우조선 지분(55.7%, 5974만 8211주)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인수합병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일방통행식 매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업은 삼성중공업과 함께 '빅2'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 민영화 절차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우선 대우조선에 대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조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1조 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전환상환우선주와 보통주를 신주 발행한다. 현대중공업은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통합 법인을 만든다.

▲ 31일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늘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기본합의서는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 필요성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라며 "어느 한 기업이 다른 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구조의 거래를 추진해 통합의 시너지효과는 극대화하면서 경쟁의 효과도 함께 살려나가는 방식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제조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수주가 잇따르는 점 등 긍정적인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5∼2016년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7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도 8000억 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세계 1위로 올라서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 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ㆍ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했다. 2위는 584만 4000CGT(7.3%)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총 수주잔량은 1698만 9000CGT로 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수주 물량에서 3위인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 수주잔량 525만 3000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 회장은 "조선업종 중심 계열인 현대중공업과 산업 재편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먼저 M&A(인수합병) 절차를 진행했다"며 "오늘 조건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에도 조만간 접촉해 (대우조선)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일방통행식 매각을 강행하면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과 현대중공업 자본의 물밑 협상을 통한 매각은 잘못된 행위며, 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산은은 매각 절차를 취소하고, 노조와 책임 있는 매각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지

▲2008년 3월 =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 계획 발표
▲2008년 10월 = 한화,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
▲2009년 1월13일 = 산업은행, "한화 자금조달계획서(분할매각 제의) 미흡" 평가 계획서 수정 제출 요구
▲2009년 1월15일 = 한화, 자금조달계획서 수정 없이 산업은행에 제출
▲2009년 1월 21일 = 산업은행 이사회, 한화 우선협상자 자격 박탈 결정.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
▲2010년 10월 = 2020년까지 매출 40조 원 달성 비전 선포
▲2015년 8월 = 대우조선, 임원 수 30% 감축·자회사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안 발표
▲2015년 10월 = 산업은행, 4조 2000억 원 규모 지원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발표
▲2016년 6월 = 정부, 조선 3사 10조 3000억 원 규모 자구계획 확정
▲2016년 11월 = 산은·수은 대우조선에 2조 8000억 원 규모 추가 자본확충
▲2017년 3월 = 대우조선, 2016년 영업손실 1조 6089억 원으로 잠정집계. 2013년 이후 4년 연속 적자
▲2017년 3월 = 정부, 대우조선에 2조 9000억 원 추가 지원 결정
▲2017년 4월 = 대우조선 노사, 전직원 임금 10% 추가 반납 합의
▲2017년 4월 = 시중은행, 채무조정과 함께 신규 RG 발급지원에 대한 합의완료
▲2018년 3월 = 2011년 이후 6년 만에 흑자전환
▲2019년 1월 = 현대중공업 인수의향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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