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툼><해원>구자환 감독
5월 촬영…제작 후원금 모금

2013년 <레드툼>, 2017년 <해원>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온 구자환 감독이 세 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새 영화는 태안 민간인 학살을 다룰 예정이다.

<레드툼>은 경남, <해원>은 전국을 범위로 하는 영화였다. 모두 학살의 정치적 원인과 경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개론에 해당한다. 구 감독은 이제 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다. 구 감독이 태안을 주목한 이유는 이곳이야말로 학살의 잔혹성과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간인 학살은 인민군 직접 점령 여부 등 여러 원인으로 지역별로 드러나는 양상이 다르다. 경남 지역은 보도연맹사건이 두드러진다면 충청과 경기 지역은 부역혐의자 학살 사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역혐의자 학살은 인민군 점령 전후로 주민들 사이에 보복을 위해 이뤄진 경우가 많아 그 양상이 아주 참혹하다. 손가락질 한 번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일가족이 몰살당한 경우가 많았다. 그 방법 또한 잔인했다.

지난 25일부터 2박 3일간 진행한 태안 답사에서 구 감독이 채록한 증언을 보자.

"그냥 죽인 것이 아니고 사람을 묶어서, 두 사람을 이렇게 철사로 묶었더라고. 먼저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르고 총을 쏜 거여. 사격을. 그런데 사격에 맞은 사람도 있고, 개 끄슬리듯 이렇게 죽은 사람도 있고…."

▲ 태안 학살 현장을 설명하는 주민. /구자환

도대체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장편 영화 두 편을 제작한 구 감독마저 듣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에도 끝내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인민군 치하에서 보도연맹 유족으로부터 남편을 잃은 우익인사 부인이 있었다. 인민군이 물러나면서 보복이 시작됐다. 남편을 죽게 한 보도연맹 유족 여성은 보복 학살로 머리가 으깨져서 죽었다. 사람들이 아이들까지 죽이려고 달려들 때, 이 부인이 아이들을 감싸고 막아섰다. 부인은 애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끝내 아이들을 지켜냈다.

이 이야기는 구 감독에게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겨 줬다. 그래서 이번 다큐멘터리의 결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구 감독은 내달 중 현장 답사를 한 번 더 한 후 4~5월 기초촬영을 마친 후, 태안 바닷가에 해당화가 피는 5월 중순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두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구 감독은 전혀 돈을 벌지 못했다. 그래서 앞의 두 영화처럼 이번 영화 제작을 위해서도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후원계좌를 내밀며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어쩌겠는가 사명감과 의욕에 비해 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을.

후원계좌는 농협 302-0896-4040-41/구자환(레드무비), 모금 기간은 3월 말까지다. 후원자에게는 금액과 상관없이 웹을 통한 영화 시사, 엔딩크레디트 수록, IPTV 송출 시 본편 영화파일을 준다. 29일 현재 모두 35명이 421만 원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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