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 본고장 상징 박물관 생겼다면
현존 유일 통제영 공방, 문화재 안됐다면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우린 종종 과거에 한 일을 두고 '만약에 이랬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며칠 전 손혜원 의원의 통영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진의장 전 통영시장을 만났을 때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매입 이전 통영에서도 나전칠기박물관을 짓겠다며 터를 사들였다. 또한, 목포처럼 노후에 통영에 내려와 살겠노라며 매입한 집터는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손 의원을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나 정치권의 이해충돌 문제를 떠나 '만약에' 진 전 시장 이야기처럼 나전칠기박물관이 들어섰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나전칠기 본고장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변변한 나전칠기박물관 하나 없는 통영에 들어섰다면 말이다. 손 의원이 박물관 자리로 사들였다던 해저터널 인근 위치는 다리 건너 미수동과 봉평동 쪽에서 바라보면 지금도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하물며 야트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은 나전칠기박물관은 생각만으로도 통영의 자랑거리가 됐으리라 싶다.

또 한가지, 이것은 시간을 되돌린다면 끔찍한 일이 됐을 소반장 공방 존치 문제다. 언론에서는 손 의원이 2017년 5월 소반장 공방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데 부당한 압력을 가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등록이 압력이었는지 근대유산 보존 노력이었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소반장 공방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 중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이다. 1895년 통제영이 폐영되면서 현 위치에 12공방 50~60여 곳이 있었으나 지금은 소반장 공방만 남은 140년 된 건물이다. 또한 소반장 공방 옆집은 윤이상 선생 생가터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성이 가치가 없는 것인가?

다시 여기서 '만약에' 당시 손 의원이 소반장 공방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모습을 그려본다. 아마도 지금 그곳은 소반장 공방 대신 뻥 뚫린 소방도로가 놓여 있고, 도로 양쪽은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반쪽 도로가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이곳에서는 소반장 공방을 둘러싸고 통영시와 시민단체 등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던 시기였다. 40여 년 전인 1971년 지정된 도시계획도로를 내겠다던 통영시와 공방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시민 등의 주장이 맞서면서 갈등을 빚던 차에 손 의원 등이 가세해 결국 문화재 등록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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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 대한 진 전 시장의 이야기는 존치 문제를 벗어난 색다른 감흥을 주기도 했다. "소반장 공방 놔 두고 우회해 섬같이 만들면 관광객들이 저게 뭐냐고 물을 게 아닌가? 그러면 여차여차해서 뜯지 않고 놔뒀다고 한다면 그게 통영의 가치가 되고, 스토리텔링 아닌가?" 물론 진 전 시장의 이야기를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야 없겠지만, 손 의원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에서 최소한의 진정성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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