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보다 '균형발전'에 무게
지방 소외됐던 예타, 개정되길

정부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교통·물류 기반 전략산업을 포함한 공공투자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된 남부내륙철도는 1966년 김삼선(김천~삼천포) 기공식 개최 이후 53년 만에 해결된 서부경남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남부내륙철도가 건설되면 현재 4시간대인 수도권과 진주, 통영, 거제 간 이동시간이 2시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도 2017년부터 민간의 사업계획에 대한 민자적격성 조사가 시작되는 쯤에 경남도의 민관협의체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천~거제 간 노선 검토 등 경제성 향상 방안뿐만 아니라 종합평가(AHP)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자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자적격성조사의 결과도 재정사업의 경제성과 비슷하게 나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간 사업 확정을 위해 정계·학계·상공인·시민단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예타라는 벽을 넘기 어려웠다. 이번 결정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표현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국가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만들어 놓은 예타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많이 있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의 추진 여부를 그 사업의 재원조달이나 효율성을 따져 경제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도입됐다. 조사기간은 통상 6개월로,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경제성 판단에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0 이상이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1.0 미만이라도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종합평가(AHP)에서 0.5를 넘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1999년 예타 제도 도입 이후 2017년까지 총 767건의 지자체 사업 중 36.7%가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무분별한 재정의 집행이 지양돼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인구나 생산규모 등이 열세인 지방이 상대적으로 경제성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많은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투자 대비 편익이 얼마인가'라고 하는 경제성 분석이 이 제도의 중심이기 때문에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에서 경제성 조건을 만족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방 의료·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의 부족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또 다른 악순환의 도구였다. 이러다 보니 여러 정권을 지나며 지방에 국책사업의 예타 면제라는 특혜를 계속 주어 온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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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타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이 제도가 국가재정을 집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경제성의 비율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비율을 높이는 예타 지침을 개정했다. 하지만 지방 국민은 수도권 국민에 비해 여전히 역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가중치 비중을 높게 올리는 예타 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균형이 유지되는 국가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수도권 국민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국가균형발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예타 제도가 개정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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