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 대화시간
서로의 공간·시간 존중 필요성 느껴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담쟁이인문학교'를 열고 있다. 담쟁이 인문학교가 열린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2019년 첫 번째 주제는 <문 닫는 아이-관심과 간섭 사이>다.

아이들은 사춘기를 맞으면서 방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왜 문을 잠글까? 아이들이 문을 잠글 때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때로 아이들은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그때 부모들은 어떤 마음일까? 자녀와 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마음과 상황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먼저 강의자가 아이들의 사춘기와 맞물려 있는 엄마들의 완경주의기에 대한 심리를 설명했다. 자녀와 부모 모두 호르몬 변화와 더불어 수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엄마의 상태를 함께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점점 몸과 마음이 약해져 가는 아버지들의 심리와 변화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자신도 자기 마음을 어찌할 수 없는 시기를 지내고 있음을 서로 이해하고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아버지 모둠, 어머니 모둠, 자녀들 모둠을 나눠 문을 닫고, 잠그는 것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함께 모여 모둠별로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아버지 모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대가 그러하기도 했고, 대개 아버지들은 좋은 아버지 모델을 보고 자라지 못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자신 역시 자녀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아버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 모둠에서는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하고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아이들이 문을 잠그면 왠지 단절된 느낌이 들고,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갱년기를 지나면서 낯선 자기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며 엄마들도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누어 준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받고 싶어 했다. 자신을 조금 더 성숙한 사람, 독립된 존재로 인정해주기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부모님에게 자기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를 꼭 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 노크와 동시에 들어오기보다는 노크한 뒤에 들어가도 될지를 물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 공간을 지키고 싶은 이유였다. 최소한 내 방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뒹굴뒹굴 누워있어도 되고, 마음 편히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되는 공간 말이다. 부모님이 언제 내 방에 들어올까 노심초사하면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했다. 한 아이는 부모님께 믿음직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뒹굴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들어오시면 당황스럽고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부담감이 있구나 싶어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영역을 지키고 싶어 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고유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녀들이 자라는 만큼 그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공간을 지켜주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부모도 자기 공간과 시간을 존중받을 수 있어야겠다.

부모들은 각종 매스컴과 책, 교육을 통해서 자녀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심리상태나 몸과 마음이 겪는 변화를 잘 모른다.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부모님 모둠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부모님도 이러한 심리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우리가 조금 더 엄마, 아빠에게 신경을 써야겠다는 한 아이 말에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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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역할이 축소되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이해하고 서로를 돌아볼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는 담쟁이 인문학교라서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속에만 두었던 말을 꺼내어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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