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한울학교 1회 졸업식
도교육청 초등학력 인정
60~80대 만학도 16명 '감격'

칠십 평생 처음 맞이하는 '졸업식'.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학사모를 쓰고 학사 가운을 걸친 '평균 71세' 만학도 16명이 차례로 입장했다. 강당은 졸업을 축하하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한평생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나날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 자 한 자 내 생각, 내 마음속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노라고.

30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톨릭여성회관 강당에서 '한울학교 학력인정 1회 졸업식'이 열렸다. 2016년 경상남도교육청 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된 가톨릭여성회관 부설 한울학교는 이듬해 3월 시작해 3단계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 16명을 배출했다.

60~80대 어르신들이 한울학교에 온 이유는 단 하나. 글을 읽고 쓰고 싶어서였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은 남편은 물론이고 자식·손자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책가방을 집에 가져가지 않았고, 다른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 늦깎이 학생들의 학교인 한울학교 학력인정 1회 졸업식이 30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가톨릭여성회관에서 열렸다. 졸업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수업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믿음반(1학년)·사랑반(2학년)·소망반(3학년)은 문해교육과 함께 수학, 통일반(학력인정반)은 기초 영어·한자를 공부했다. 졸업생들은 평화반(인문학반)으로 올라가 중급 영어·한문과 문학·환경·역사를 배우게 된다.

어르신들은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등 한글부터 배우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매일매일 글공부를 하니 이제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수 있다. 김귀임(65) 한울학교 학생회장은 "부모님께서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10살이 채 안 돼 큰집에 갔는데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시집가서 잘살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냈다. 이후에 공부를 해서 검정고시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목표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공부했다는 김 학생회장은 "결혼 후 회사 생활을 하는데 글을 몰라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작업일지를 쓰라고 하는데 쓸 줄 몰라 다른 동료들이 도맡아 썼다. 주민등록번호를 몰라 신체검사를 할 땐 작업하면서 모양을 외웠다"며 "노래방에 가서는 책자를 보고 노래를 찾아야 하는데 글을 모르니 찾을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친구들이 찾아줬는데 지금은 내가 찾을 수 있다"고 했다.

4년 4개월간 한울학교에 다닌 김경례(71) 씨는 "이제는 남 도움 없이 은행·병원·동사무소 등 어디든 가서 일을 볼 수 있다. 생일을 맞은 가족·친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졸업장을 받아든 만학도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재학생은 졸업생에게, 졸업생은 재학생에게 편지도 낭독했다. 졸업생 대표로 편지를 읽은 박춘광(70) 씨는 "선후배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게 돼 정말 반가웠다"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 행복하고 복 받은 학생이다. 나는 할 수 있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경남도교육청은 졸업생 16명 전원에게 초등학력 인정서를 수여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어려운 과정을 마친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발판삼아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시길 빈다"며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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