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다고 새해 인사를 나눈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말모이'를 보면서 총칼 앞에서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지켜낸 우리말과 글을 잘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렇게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이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잘 쓰이는 그런 좋은 날을 꿈꾸어 봅니다.

울력다짐

뜻: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어떤 일을 빠르게 해치우는 기세

우리 모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엠오유(MOU)라고 하고 '업무협약'이라고도 하는 것을 '울력다짐'으로 다듬어 쓰고 있습니다. 이 말은 듣거나 보신 분들 가운데 '울력다짐'이 무슨 뜻인지 묻기도 하였지요. 그러면 '울력'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일함. 또는 그런 힘'이라는 뜻이고 '울력다짐'은 '울력하기로 다짐함'의 뜻이라고 풀이를 해 드리곤 했습니다.

사전에는 그런 뜻이 없더라는 말까지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참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울력하여 그 기세로 일을 해치우는 행동'으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어떤 일을 빠르게 해치우는 기세'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뜻에 '울력하기로 다짐함'이라고 더해 쓰는 것이라 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맛보여 드린 '운(어떤 일을 여럿이 한창 함께 하는 바람)'과 '운김(여럿이 힘께 일을 할 때에 우러나오는 힘)', '운꾼(한데 어울려 일할 사람)'을 보고 이 '운'과 '울력'은 어떤 사이일까 라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이것저것 몇 가지 살펴보았더니 북한에서는 '울력'을 '운력'이라고 하고 '울력다짐'도 '운력다짐'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운력'이 뒤에 있는 '력'의 첫소리 'ㄹ' 때문에 '운'의 끝소리 'ㄴ'이 'ㄹ'로 바뀌어 '울력'으로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럼 '력'은 한자 '힘 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이어졌고 '운'이 가진 뜻에 '힘'을 더한 '운힘'이라는 말을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운힘다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운꾼'을 살려 '한데 어울려 일할 사람이 되기로 다짐함'이라는 뜻으로 '운꾼다짐'이라고 해도 되지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앞으로 '울력다짐'을 '운힘다짐' 또는 '운꾼다짐'으로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울력'의 말밑(어원)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저에게도 꼭 좀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울뚝밸

뜻: 갑자기 화를 벌컥 내어 말과 짓을 함부로 거칠게 하는 됨됨(성미) 또는 그런 짓

내야 할 것도 있었고 제가 빠져서는 안 될 일이 있어서 일을 하는 가운데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바쁜 일이 많은데 마음 쓸 일이 더 있었습니다. 이웃 배곳 아이들이 장난을 쳐서 어려움이 있다고 기별을 했는데 그쪽에서 우리 쪽에 간수를 잘못해서 그렇다는 듯이 말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 자리에 울뚝밸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싸움이 났을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남의 것에 손을 댄 것을 나무라고 앞으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타이르면 될 것인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참일입니다.

웃자라다

뜻: 쓸데없이 많이 자라 여리게 되다

밥을 먹고 와서 바로 앉기가 그래서 바깥 구경도 하고 제 자리 뒤에 있는 꽃동이(화분)들을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바꿔 심어도 잘 되지 않았던 꽃동이에 다른 꽃동이에 있던 꽃을 꺾어 꽂아 놓았었는데 그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새끼를 친 꽃동이에 있는 꽃이 너무 웃자라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말입니다.

키도 훨씬 크고 잎도 몇 곱이나 넓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햇볕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해가 들지 않았는데 겨울이 되면서 뒤낮(오후)에는 햇볕이 들어오거든요. 요새 여러 날 바쁘게 보내느라 못 챙긴 게 좀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도 끝났으니 잘 챙겨 주어야겠습니다.

울짱

뜻: 한데 어울려 일할 사람

낮밥(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뒤낮(오후) 배움이 비롯된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가 나니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뛰어 들어오는 길이 열 곳도 더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앞서 나무를 옮겨심기도 하고 나무들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낡아서 보기가 좋지 않은 나무 울짱을 걷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무 사이로 다니지 않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었지요.

그런데 한두 아이도 아니고 여러 아이들이 나무 사이로 뛰어 들어오는 것을 제 눈으로 본 것입니다. 그곳에는 길이 아닌 길이 나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리 다녔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지난 삿날(수요일) 사람을 불러 놓았다는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다시 울짱을 두르기는 그렇고 키 작은 나무를 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덮다

뜻: 남보다 뛰어나서 그를 넘어서거나 앞지르다.≒능가하다

제가 언젠가 해마다 철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뀌지만 우리말은 늘 겨울 같아 슬프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배곳(학교)를 벗어나 우리 말글살이를 둘러보니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말이 아닌 말을 많이 쓰니 글자도 우리 글자가 아닌 것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보다 다른 나라 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힘쓴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많이 배우면 많이 배울수록 우리말보다 다른 나라 말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온 나라 사람을 그렇게 가르쳤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니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고 그러니 이날 이때까지 우리말이 겨우살이를 하는 것이지요.

그윗일꾼(공무원)을 뽑을 때도 우리말보다 다른 나라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으니 그윗일터(공공기관)에서 쓰는 말에 우리말보다 다른 나라 말이 더 많기 마련입니다. 다른 나라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 놓고 우리말을 못 쓰거나 안 쓴다고 나무란들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우리말도 잃었었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나라를 되찾으려고 많은 분들이 여러모로 힘을 쓰실 때 우리말 모으는 일에 앞장을 서신 분들과 그 일에 함께하신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빛그림(영화)로 만들었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어버이, 푸름이가 함께 모여 보려고 합니다. '말모이(사전)' 만드는 일에 피와 땀을 흘리신 많은 분들을 기리며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걸 보고 우리말글 사랑하는 마음이 그분들을 위덮는 푸름이들이 많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갑작추위(한파)에 시달리면서도 이걸 참고 견디면 날이 곧 풀리고 또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참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모이'라는 빛그림(영화)이 우리말의 겨울을 끝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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