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생 닭띠 경남 시인 9명
추모 특집 실은 동인시집 발간

경남에서 활동하는 1957년생 닭띠 시인 10명이 만든 '계림시회' 동인. 이제는 다들 쟁쟁한 이력으로 지역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 발간된 <닭과 닭의장풀에 관한 메모>는 세 번째 동인시집이다. 하지만, 이번 시집 책 날개에 소개된 동인은 9명. 지난여름 먼저 세상을 떠난 김혜연 시인의 자리가 비었다. 추모 특집이 실린 이번 시집에는 그래서 슬픔이 한가득이다.

"5인실 병상에는 3명의 환자와 저마다의 보호자가 있었지만 혼자인 친구 김혜연은 간이 호흡기를 끼고 침대에 딸린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중략) 출근 시간에 어찌 왔느냐고 겨우 입을 떼는데 왈칵 쏟아지려는 울음이 한순간에 찾아들었으나 나는 용케 잘 참아냈다. 밥은 먹었냐며 그의 몸을 부축하느라 잡은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워 (중략)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모자와 양말을 사 오마고 했지만, 고개를 내젓고, 평소 식성이 까다로운 걸 알기에 무엇이라도 먹이려고 해도 입맛이 없다고 했다. 도리어 사무실을 오래 비워도 그렇지 않냐며 들어가란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먹을 생각도 않고 하는 수 없이 또 오겠단 말만 남겼던 그 금요일 오전."

경남문학관 사무국장인 정이경 시인이 추모글 '전갈자리 그녀'에 남긴 시인의 마지막 모습이다. 2018년 7월 6일 금요일의 일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 김혜연 시인은 눈을 감았다. 이날 경남문학관에서 정 시인을 만났는데, 망연자실하던 그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계림시회 동인은 아니지만 김륭 시인의 절절한 추모시도 인상적이다.

"어떤 말을 더 이상 사람을 가지지 못합니다.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그 사람의 이름으로, 당신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너무 멀리 와서는 너무 짧게 머물다 가시는 당신은 당신에게 영원하소서' 중에서)

동인시집에는 추모 특집 외에도 '지역을 쓰다'란 특집과 매번 동인시집에 등장하는 닭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실렸다. 특히 지역을 쓰다는 '이런 시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시도다.

"멍하니 전화를 끊고 나니 갈 곳이 없다/ 어두운 용지호수를 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세상과 뒤죽박죽 뒤엉켜 옴팡지게 망가진 채-/ 아모르 아모르, 에비뉴 에비뉴, 7080 네온사인 호수에 있다 없다 한다" (우원곤 '용지호수 25시' 중에서)

"웅크린 내 삶의 뒤에 아직 여백이 많아도/ 실패한 사랑의 진술서는 무채색이다/ 역전 미꾸라지 국밥은 대추 냄새가 났고/ 밀양의 공기는 늘 키가 작았으며/ 윙윙거리며 울고 가는 송전탑을 따라/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면/ 밀양에 대한 모독 내지 불명예다" (이월춘 '비밀과 함께 사는 법- 밀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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