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화장실엔 휴지가 없다
하루 10~14시간 보내는 학교"
예산부족 이유로 화장지 없어
생활 불편" "개인부담 부당"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짧으면 10시간, 길면 14시간, 하루의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서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어쩌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집만큼 편안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 화장지가 없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위한 화장실 '휴지'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화장실에 갈 때, 무언가를 흘렸을 때, 코를 풀 때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이 화장지다. 그런 화장지를 학교에서는 학생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도내 어느 학교 화장실의 텅빈 휴지걸이 모습.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에 휴지가 없다. /필통

모든 학교에 휴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주의 A학교는 화장실에 휴지가 아예 없고, B학교는 한 달에 두루마리가 2개씩 지급된다고 한다. C학교는 학교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휴지가 화장실 내에 없을 때 어떤 부분이 불편하냐고 조사해본 결과, 어 모(18) 씨는 "하루는 화장실이 너무 급했는데 휴지를 빌리러 다닐 때 너무 고통스러웠다"라고 답했다.

임 모(17) 씨는 "휴지를 빌리러 다니며 자주 참다보니 변비가 생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한 남녀공학인 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은 "휴지를 챙겨갈 때 민망하다"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중앙고의 김모 양은 "우리학교는 일주일에 하나씩 휴지가 배급되는데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여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며 "여학생의 경우는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현상까지 겪는 것을 감안하면 휴지 한 개를 주며 일주일을 사용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진주여고의 한 학생은 "학교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휴지를 배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학교 예산이 아닌가"라며 문제를 제기 했다.

동명고의 어떤 학생은 "휴지를 학교에서 지급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화장지 사용 같은 공공시설의 관리 또한 학교에서 가르쳐야할 교육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실 휴지조차 학생 개인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교육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에서 화장실에 휴지수를 제한하거나 비치를 제한하는 이유를 알아보니 학생들이 휴지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낭비하거나 휴지로 장난을 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해서 학생들 화장실 화장지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학생들의 불편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낭비가 문제가 된다면 공공시설 사용에 대한 교육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 맞다. 학생들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휴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기자 장은령(진양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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