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구호뿐인 학생인권조례 반대
근거 앞세워 시민 설득하는 모습 기대

지난 23일 나쁜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경남도민연합이 경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다음 날 아침, 도의회사무처 한 직원에게 '어제 고생 많으셨습니다'고 '톡'을 보냈다. '3월부터가 더 큰일이네요' 답장이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전날 오후 집회를 주최한 이들이 학생 58명 손편지를 도의원에게 전달하겠다는 명분으로 도의회 광장을 사실상 점거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함을 지르며, 의회 내 진입을 시도했다. 마침 이날 제3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렸는데, 하마터면 김경수 도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아마도 이 직원은 '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로 넘어오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이 정돈데, 조례안이 제출되면 어휴~' 하며 걱정하는 듯했다. 김지수 의장이 직접 나와 편지를 받아갔으면 점거를 풀고, 물러나는 게 상식일 텐데, 끝까지 표병호 교육위원장도 나와서 받아가라며 기를 쓰는 장면을 지켜보던 대다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기자들도 학생인권조례 반대하는 이들의 이런 행태가 좀 버겁긴 마찬가지다.

이번 학생인권조례도 정치적 사안인 만큼 보는 관점에 따라 찬반이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자고로 정치적 사안을 자기 뜻대로 관철하려면 대의명분을 쥐고, 동의와 설득으로 같은 편을 많이 만들고, 상대방은 흩트려놓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반대 단체는 마치 '불신 지옥, 예수 천국'인 양 자기주장만 늘어놓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듯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반대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 두 번의 도의회 앞 집회와 경남도청 정문 앞 농성장, 창원시청 광장에 둘러쳐 놓은 일방적 구호를 보는 것 외에는 없다. 반대 단체엔 개신교 신자가 많다고 들었다.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활동이 시민들에게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덧칠하는 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권조례는 대체로 찬성하지만, 일부 세부적인 부분에선 걱정하는 지점도 없지 않다. 성(性)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지 않은 가운데, 자칫 아이가 엇나가지 않을까라는 등 부모로서는 당연히 해봄직한 걱정들 말이다.

그러니 반대 단체에선 '난잡한 성관계로 성병과 임신, 낙태, 피임 부작용, 출산율의 저하, 결혼과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우울과 자살 증가' 등으로 큰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근거가 약한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라, 시민 이야기도 들어보고, 조례 문제점을 조목조목 찾아내 알려나가는 작업부터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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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다가오는 봄, 도의회 앞 학생인권조례 반대 집회 현장에서 좀 더 세련된 모습을 보고 싶다. '반대로 시작해서 반대'만 외치다 가는 모습은 더는 안 봤으면 좋겠다. 사람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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