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긴 과제 '촛불 완성'
국회 개혁하고 소수·이견 보장을

오는 4월 3일 창원 성산구의 보궐선거가 있다. 선거란 늘 자신의 대표를 찾는 일이지만 이번 성산구의 선거는 그 하나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이 선거를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기억과 추억 없이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지지자이든 아니든 이 선거는 그가 왜 비로소 촛불의 승리를 안은 시점에 이르러 외로운 희생양이 돼야 했었는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답을 찾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노회찬은 말하고 있다. 촛불은 완성되지 않았고 촛불을 지키려면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것. 그 전진을 위해서 상당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촛불을 지키고자 더 나아가야 할 한 걸음들을 생각해본다.

먼저, 이 선거에서, 또 이 선거를 기회로 국회 개혁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당 대표들이 독점하다시피한 지금의 국회를 진정한 '비례대표' 기관으로 만드는 과업이다. 그런데 촛불의 최대 수혜자인 민주당은 촛불이 할 일과 의미를 다 했다는 듯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정했다고 한다. 양당제적인 권력 독점의 부당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의석의 독점은 의회와 의원이 지니는 모든 권능과 자원들, 즉 입법권·감사권·임명권 등 국회의 권능 외에도 정치 인력·정치자금·다수당이 될 가능성의 독점이다. 촛불을 사유화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다. 촛불의 다음 한 걸음은 대표를 보내려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노동자,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 주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게 해야 한다. 노동자·소수자에게 단지 생존하는 삶이 아니라 누리는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게 해야 한다. 산업안전관리법을 개정하여 위험한 노동을 외주 주고 위험관리는 소홀히 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도록, 더는 장시간 노동, 비정규 고용 등 노동자의 희생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일이 없도록, 온 평생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절망의 부동산 공화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주택 소유의 추구 없이도 안전한 사회보장을 누리도록, 성차별과 여성혐오, 장애인 혐오 대신 배려와 존중이 기꺼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따로 또 같이', 각자의 분투와 불편한 동거의 경험이 같이 쌓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패권과 꼼수의 정치는 버리자. 어느 한때 어느 곳에서 잠시 다수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요구는 하지 말자. 진보의 하나 됨은 당장 다수결로 강요할 일은 아니다. 국론통일과 노사화합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이견을 버리라는 우파의 강요에 우리가 따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인 줄로만 아는 패권이 아니라 민주주의는 '소수와 이견의 보장'임을 알고 스스로를 변모시키는 것이 촛불이 우리 자신에게 요구하는 또 한 걸음이리라 생각한다. 다름을,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미래에 더 크게 뭉치는 힘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이 이 선거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같이할 수 있을지 예측하거나 주문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서로 다른 것을 충분히 인정해주자. 거기까지만 하자. 이 선거에서 노회찬을 아끼고 추억하면서 그가 노력했던, 노동자와 소수자의 힘과 편을 키운다는 대의와 비전을 더 널리 공유하고자 애쓰면서 서로 눈동자에서 수많은 다양한 노회찬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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