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이해도 높은 기술
어업사 연구 중대 역할

경남 남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통 어로 방식인 '죽방렴'(竹防簾)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9일 주변 지형과 조류 흐름, 물고기 습성을 고려해 어구를 설치·활용하는 '전통 어로 방식'을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 '전통 어로 방식'은 우리나라 어촌 지역 대표적인 전통어업문화로서 단순히 생업적 내용만 지칭하는 게 아니라 관련 기술, 지식 등 문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전통 어로 방식은 고대부터 어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 온 데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어량(魚梁)' 같은 어구가 문헌에 등장해 그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어민들 사이 구전(口傳)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어촌 지역 생업 근간으로서 어업 문화와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 창선도와 남해 본섬 사이 지족해협에 설치되어 있는 죽방렴. /경남도민일보 DB

조선 후기에는 자연 조건에 대응하는 기술과 상업 발달에 따른 해산물 수요 증가로 남해안 방렴(防簾), 장살(杖矢) 등 발달된 형태로 변형된 어구들이 등장한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보물 제527호)에 실린 '고기잡이' 그림에 상인들이 바다에 설치된 어살이 있는 곳으로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전통 어로 방식이 조선 후기까지 연안 어업을 대표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다. 이 같은 전통 어로 방식은 1970년대 들어 연근해 어선 어업이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승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해군 지족해협과 사천시 미도·저도 등에 설치된 죽방렴을 이용한 멸치잡이가 있다. 지금은 설치와 철거가 쉬운 그물살을 이용한 방식이 전통을 잇는 추세다.

문화재청은 이 '전통 어로 방식'이 △자연과 생태환경을 잘 이해해 물고기의 습성, 계절과 물때를 살펴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 경험적 지식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는 점 △어촌 문화와 어민들 어업사, 민중생활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어량 등 전통방식이 지금도 다양한 형태 '그물살'로 진화해 지속되고 있는 점 등 여러 측면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서 지정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어촌 지역 경험적 지식 체계이고, 특정 지역에 한정돼 전승되기보다 어촌 지역에 광범위하게 전승되는 생활 관습이자 문화인 점에서 이미 지정된 '해녀(제132호)'·'제염(제134호)'·'장 담그기(제137호)'처럼 특정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30일 이상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어량(魚梁): 대나무 발(竹簾)을 치거나 돌을 쌓아서, 밀물 때 연안으로 몰려들었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구. 조선 시대에 이르러 서해안과 남해안 서부지역에서는 어살(漁箭)로 불리기도 하였으며, 현재 대나무 발을 친 것은 '살'이라 하고 돌을 쌓은 경우는 '독살' 등으로 부르기도 함.

방렴(防簾): 대나무 발을 쳐서 물고기를 잡되, 물살이 거센 지역에서 대나무 발을 고정하기 위해 나무 기둥을 세우고 밑동에 무거운 '짐돌(沈石)'을 매달아서 기둥을 고정한 어구.

장살(杖矢): 방렴처럼 나무 기둥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대나무 발 대신 그물을 설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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