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부 피해자 잇따라 별세
김복동 등 2명 향년 93세 타계
생존자 23명·평균 연령 91세
내일 창원 오동동서 추모제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 할머니가 지난 28일 밤 별세했다. 같은 날 오전 위안부 피해자 이모(93) 할머니도 세상을 떠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생존자 평균 연령은 '91세'다. 경남에 살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4명 중 3명은 입원해 있어 '더 늦기 전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도록 위안부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문제를 나를 대신해 끝까지 해달라." 김 할머니는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최근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진 지 1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는 마지막 유언으로 일본에 대한 분노와 과제를 남겼다.

1926년 양산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1992년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인권 운동에 나섰다.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증언과 함께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 국외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장례를 진행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암 조 평화센터와 시카고 여성의전화(KAN-WIN)에서도 2월 1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하는 등 국외 추모제가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는 2월 1일까지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 광장에 창원 분향소를 차렸다. 31일 저녁 7시 분향소 앞에서 추모제도 열린다.

이경희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김양주(96) 할머니 등 창원에 4분이 살고 있다. 4분 모두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3분은 입원 중이다. 시간은 많지 많은데,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10억 엔 반환 등 위안부 문제는 어떤 것도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은 할머니들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손석형 민중당 4·3 창원 성산 보궐선거 예비후보 선거대책본부는 29일 애도 논평을 통해 "김복동 할머니의 못다 한 일, 산자가 이어가겠다"고 했다. 손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는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애초부터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기반을 둔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할머님의 삶은 그 자체로 인권의 역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고 논평했다. 자유한국당은 "비극적 역사의 희생자에 머물지 않고 인권 회복을 위해 스스로 나섰던 김 할머님의 용기와 인권평화운동가로서의 활동을 기억하며, 할머님들의 아픔과 한을 풀어드리고자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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