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2년 만에 뼛속까지 NC
야구팬 남편 덕에 반해
경기장은 가족 대화의 장
대표 응원도구 개발했으면

2년여 전 두산 골수 팬인 남편을 따라 마산야구장에서 두산-NC 전을 본 게 시작이었다. 규칙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찾은 야구장. 남편 설명을 들어가며 본 경기에서 두산 김재환 플레이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두산만을 보고 있자니 흥미가 반감되는 기분이었다. 지역민으로서 나쁜 짓(?)을 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야구를 보자 지역 연고 팀이 눈에 들어왔다. 이승주(45) 씨가 NC다이노스에 빠져든 계기다. 한 번 애정을 품기 시작하자 승주 씨는 거침없이 NC와 하나가 됐다. 시범경기 때는 동네 지인을 이끌고 야구장에 가는, '야구 전도사'를 자처했다. 올해도 승주 씨 계획·목표는 같다. 야구를 볼 수 있는 3월이면 부리나케 경기장으로 갈 것이고 시즌 내 쉼 없이 응원을 할 것이다. 승주 씨에게 NC란 무엇일까.

▲ NC다이노스 팬 이승주(오른쪽) 씨와 두산 팬이자 남편인 박광남 씨. /이승주

-2년 만에 흔히 말하는 '골수 팬'이 됐다.

"진해에 터를 잡은 지 7년가량 됐다. 아이들이 어렸던 7년 전에는 나다닐 생각을 쉽게 못 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라. 그렇다고 마냥 쏘다닐 수도 없었다. 그 사이사이 자원봉사도 하며 지역과는 친근해졌으나 나를 위한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접하게 된 게 야구다. 평소 운동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야구 규칙도 모르지만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게 또 있나 싶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가족이면 가족, 지인이면 지인 함께한다는 게 좋았다. 스포츠가 꼭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야구를 통해 알게 된 셈이다. 그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온 가족이 야구장에 함께 가는 일이 잦다고?

"NC-두산전이 특히 그렇다. 단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 그리고 나는 NC 유니폼을, 남편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응원한다. 자연히 소소한 재미도 많다. 두 팀 경기가 있을 땐 자리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내야석에 가야 한다는 내 의견과 달리 남편은 3루 쪽 원정 응원석으로 가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별로 한 번씩 오가자고 합의(?)를 보기도 하고. 우리 가족에게 야구장은 대화의 장이다. 4시간가량 앉아 있으면서 야구부터 아이들 학교생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춘기임에도 서먹서먹할 일이 없는 딸과의 관계도 야구 덕분이 아닌가 싶다.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데 야구만 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원정석에서 응원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상대 공격일 땐 앉아서 조용히 손뼉만 치다 우리 팀 공격 때는 난간 쪽으로 가서 힘껏 소리친다. 마치 '여기에도 NC가 있다'는 걸 알리고자 말이다."

-NC에서 가장 응원하는 선수는?

"모창민 선수. '안타를 쳐주세요 모창민'이라는 플래카드는 밤새 만들어 들고 다닌다. 모창민 선수는 팀이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벌써 기대감이 생긴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팬으로서 아쉬움이 컸다. FA 계약을 잘 마무리 짓고 새로 맞이한 시즌, 다시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

-NC 홈 구장을 드나들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팬숍 상품이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 이미 살 수 있는 건 다 샀다. 갈 때마다 돈 쓸 준비(?)는 돼 있는데 매번 같은 상품만 있다 보니 아쉬울 때가 잦다. 상품이 인기 있는 특정 선수에게만 몰리기도 하고. 새 야구장 팬숍은 더 넓고 편리해진다고 하니 기대를 걸고 있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팬이 인근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 야구장을 찾고 있다. 비교적 가격이 싼 이유도 있겠으나 야구장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새 야구장은 더 다양한 먹을거리가 마련돼, 야구장 안에서 모든 걸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NC를 대표하는 응원 도구도 더 많이 알렸으면 한다. 단디봉이 있지만 대표성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 한날은 롯데 원정 팬 옆에서 야구를 관람한 적 있는데, 한 원정팬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쓰는 비닐봉지를 주더라. 간편하면서도 역시 특색이 있어 보이더라. 올 시즌에는 NC도 NC하면 떠오를 수 있는 대표 응원 도구 홍보·개발에 더 힘썼으면 한다."

-올해 NC를 응원하는 각오는?

"지난해 NC 성적이 떨어졌을 때 아들이 그러더라. '엄마, 마음은 변하면 안 된다'고. 직장인밴드 활동을 하면서 악기를 배우니 실력이든 인생이든 늘 상승곡선만 그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중간에 주춤하는 단계가 있고 그 위기를 넘어서야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야구도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지난해 선수들도 새롭게 무언가를 다지지 않았을까.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 밴드가 NC 홈구장에서 연주를 펼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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