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앞두고 내부 '우려'
성적 하락 이유로 볼멘소리

2020년 도쿄올림픽을 1년 6개월 앞두고 체육계를 집어삼킨 폭력·성폭행 사태를 바라보는 체육인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대한체육회와 정부는 위력을 앞세운 지도자의 선수 폭행·성폭행이 도제식 교육을 앞세운 체육계의 수직적인 문화와 폐쇄적인 합숙 훈련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합숙 훈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선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체육인들은 침묵과 방조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입지를 좁힌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최근 발표된 일련의 대책이 현장 체육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올해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종목별 국제대회가 많이 열리는 해여서 합숙 등 훈련 시스템을 당장 바꾸기도 어려운 형편이나 변화를 바라는 사회의 시선을 외면할 수도 없어 엘리트 체육인들의 걱정이 크다.

▲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 이후 정부가 합숙 훈련 폐지를 담은 개선안을 내놨다. /연합뉴스

체육인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가장 큰 고민은 합숙 폐지 또는 축소에 따른 국제대회 성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체육회 회원종목 단체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 "합숙 훈련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려는 정부 시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이젠 대표 선수들도 소속팀에서 훈련하다가 선수촌에선 한 달 정도 모여 호흡을 맞춘 뒤 대회에 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성적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소속팀 훈련보다 대표팀 장기 합숙 훈련에 익숙한 선수들이 급격히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국제대회에서 절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메달의 산실인 태릉선수촌·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합숙 형식의 집약된 훈련을 거쳐 스포츠 강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도 "올림픽 출전 하나만을 바라보고 땀을 흘려온 선수들이 선수촌에 많이 있다"며 "이런 선수들에게 당장 합숙 축소를 적용할 순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어린 학생 운동부 선수들부터 점차로 합숙을 줄여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이 관계자는 조언했다. 경쟁력을 상실한 종목이 다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체육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 쪽으로 선회했다가 경쟁력을 잃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안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시 국가대표의 선수촌 훈련을 시작한 일본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