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언론의 자조 섞인 반성 서글퍼
'저널리즘 회복'고민·노력 시작해 다행

언론이 겪는 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겪는 위기, 이른바 저널리즘 위기다. 다른 한 가지는 생존 위기다. 영향력을 앞세워 광고와 부대사업 규모를 키우며 생존했던 언론은 비빌 언덕이 사라지는 현실을 꽤 심각하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언덕 처지에서는 제 살길조차 각박하니 무작정 달려드는 언론들 투정까지 두루 살피는 게 사치다. 게다가 첫 번째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언론을 보며 그 잘난 영향력마저 점점 의심하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노동조합 일을 하면서 다른 매체 사정을 날것으로 듣는 기회가 잦았다. 올해 초 진주에서 열린 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협의회는 공식적으로 그런 기회를 누린 마지막 자리였다. 거대 신문부터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지역 일간지, 규모가 작은 매체까지 신문이 겪는 곤란은 늘 익숙하면서 막연하다. 그 익숙함은 회사 안팎이 크게 다를 게 없는 진단에서, 막연함은 회사 안팎 모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다. 비슷한 처지와 진단은 종종 모진 현실을 향한 원망으로 몰리곤 한다.

그날 자리에서는 지역 방송사 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안 그래도 최근 방송사, 특히 지역 방송사 구성원이 드러내는 위기감은 부쩍 팽배하다. 독보적인 사업 수완을 발휘하는 일부 민영 방송사를 제외하면 이 위기감은 공통분모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문사 투정을 다독이며 돌파구를 찾는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들이다. 하지만, 몇십억 원 단위 적자를 맞닥뜨린 지역 방송사 구성원 사이에서 이미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한 참석자에게 들은 한탄은 담담한 말투와 달리 살벌하기조차 했다.

"수월했던 경영 사정 때문에 구성원이 급속한 위기를 버틸 내성조차 기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나마 언론이 생존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저널리즘 회복에서 찾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자리에 모인 지부장들은 언론 공공성, 지역성을 언급했고 안일한 취재·제작 관행을 반성했다. 플랫폼과 뉴스 소비 방식 변화를 기성 언론이 쫓지 못하는 현실도 짚었다. 지역 언론이 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도를 언급할 때는 잠시 분위기가 들뜨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해법은 광고·사업 영역에서 겪는 한계가 강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러니까 언론이 겪는 위기가 소비자에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작 암담한 것은 이제 기성 언론이 전혀 영향력이 없다는 거예요."

한 방송사 지부장이 내놓은 비관에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옆에 앉은 한 신문사 지부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그나마 아무 영향력이 없다는 게 다행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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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보도할 바에는'이라는 말이 생략됐을 게 분명한 지적이 서글프면서 통쾌했다. 옆에 앉은 지부장에게 '한 방에 여럿 죽인다'며 맞장구를 쳤다. 위기를 언급하는 지역 언론이 어느 지점에 출발선을 그어야 할지는 너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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