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사멸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 유적을 지키려고 하는 최근의 흐름은 대단히 의미 있는 변화이다. 국민적 의식 변화에 맞추어 유물, 유적들을 지키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들도 나오고 있다. 현대 생활과 역사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으나 1940년대 들어선 을지면옥·양미옥 등을 철거하지 않고, 인쇄업·가구·조명상가·문방구 등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것은 재개발하면 모두 헐어버리는 과거와 비교할 때 대단히 의미있는 반전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공존할지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시도가 정착할 때 우리 사회의 삶의 저변은 훨씬 두터워질 것이다.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창원시도 근대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 유물과 유적 등은 한번 없어지면 다시 살릴 수 없기에 이 같은 움직임은 역사와 생활을 같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실현될 필요가 있다. 재개발지역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자치단체가 나서서 마을흔적관으로 만들게 되면 마을의 역사를 남길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있고 주민 자긍심과 아울러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창원 근대건축유산 가운데 일한와사 사택은 반월재개발사업구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지하련 주택과 산호동 노씨 주택 또한 재개발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창원시가 마을흔적사업을 활용해 재개발구역 근대건축물들을 보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창원시 조례에 따라 근대건축물 원형을 지키면서 마을흔적관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 하더라도 창원시가 보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실현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호응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보존을 할 수 없다면 상세한 기록이라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 과거와의 공존이 더 의미 있다고 여기고 있다. 통영을 비롯한 낡고 퇴락한 골목들이 도시를 활기롭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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