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산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경상남도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지난 24일 자로 입법예고했다. 도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도내 100명 이상 공공기관에서는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100명 미만이라도 이사회나 주주총회 의결로 노동이사를 둘 수 있다. 가장 먼저 노동이사가 선임될 곳은 경남개발공사·경남테크노파크·마산의료원 등이다.

노동이사제는 서울시에서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광주광역시, 경기도 등에서는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조건 개선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경영참가의 초급단계다. 노동자 경영참가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공공부문만이 아니라 민간부문 대기업에도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경남을 넘어서 다른 광역시나 도에서도 도입되면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에만 머물렀던 노동자의 이익대표가 확장되면서 노동권 실현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동이사의 활동을 통해 자치단체장의 자의적인 경영판단을 견제하고 공공기관 경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이러한 권한 강화에 상응하는 책임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느냐다. 현재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임금·노동시간 격차는 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 경영에 대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 단체교섭에다가 경영에 대한 개입력까지 동원하여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런 성과를 내야 노동이사제와 노동자 경영참가가 공공부문을 넘어서 민간부문 주요 대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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