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猝富), 이른바 '벼락부자'라는 말에는 의도치 않았거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졸부는 재산만 많을 뿐 교양과 예의가 부족한 사람으로 그려지곤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모으다 보니 최소한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채 허영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따윈 안중에도 없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졸부'라는 말이 어울릴 때가 있다. 인구·재정규모·기반시설 등 외형적 성장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도시의 품격을 말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양산시는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한 농촌이었다. 산단과 신도시 조성 등에 힘입어 전국에서도 가장 빠른 인구 증가로 경남에서 어느덧 인구 3위 도시로 환골탈태했다. 재정규모도 1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커진 덩치에 걸맞은 체력(도시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 운영에 대한 명확한 철학 없이 그때그때 정책을 결정해온 결과다. 시민 사이에 목소리만 크면 해결된다는 생각이 뿌리내린 배경이다. 자신의 부를 끊임없이 과시하는 졸부처럼 외형적 성장에 관심을 둔 도시 운영은 양산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체성, 문화적 자산 등 가치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가뜩이나 양산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주해온 이들이 낱개로 흩어져 있다. 이들이 자부할 만한 도시 문화를 만드는 일, 주인공이 돼 도시 운영에 참여하는 일 따위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인구 35만·예산 1조 도시, 양산이 걷는 길이 행여 품격을 잃은 도시 '졸부 도시'는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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