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 팝 아티스트 제품·캐릭터 컬래버 작업
피카소·마티스 영감 받아 직관적이고 이해 쉬워

'아, 진작 알아볼걸'이라고 이마를 탁 치는 전시다. 모를 땐 모르는 대로 작품을 즐길 수 있지만 아는 만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면, 정보를 살짝 얻어 전시장을 방문하자. 창원문화재단이 3·15아트센터에서 새해에 개막한 '로메로 브리토 한국 특별전'인 'Color of Wonderland(컬러 오브 원더랜드)'를 들여다봤다.

◇마트에서 봤을걸!

브라질 출신 팝 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Romero Britto). 작가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그의 작품은 익숙하다. 앤디 워홀(1928~1987)이 대중화를 이끈 팝아트여서 그런 게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친 제품 속에 로메로 브리토의 작품이 있었다.

코카콜라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 선보인 한정판 코카콜라 병을 기억하는가.

그는 올림픽을 주제로 5개의 새로운 그림과 핀, 코카콜라 병을 제작하고 코카콜라의 2016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당시 국내에서는 GS25가 그의 작품을 제품에 접목해 '로메로 브리토 아이스음료'를 출시했다.

또 이마트도 로메로 브리토 작품을 새긴 침구와 슬리퍼, 인테리어 용품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한예지 등도 그와 협업한 생활용품을 내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보다 먼저 그의 작품을 봤을 것이다. 바로 미키마우스다. 월트디즈니사는 1998년 로메로 브리토에게 '브리토 미키마우스'와 '미키와 친구들'을 의뢰했다. 굵고 선명한 색감이 돋보이는 미키마우스가 탄생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설공주 등도 그가 새롭게 해석해 그려냈다.

로메로 브리토는 BMW의 새로운 미니 쿠퍼 디자인, 앱솔루트 보드카 창립 25주년 기념 병 제작 등 에비앙, 벤틀리, 마텔과 같은 국제 브랜드와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을 펼쳐왔다.

만약 전시장에서 마주한 그의 작품이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보고 행복하면 그만"

로메로 브리토의 작품은 직관적이다. 보고서 바로 '예쁘다', '화려하다' 등의 말을 내뱉게 한다.

1963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그는 20살이 되자마자 거장들을 보러 유럽 여행을 떠난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앙리 마티스(1869~1954)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미술계 흐름을 읽기 시작한다. 당시 서유럽 미술에 쏠려 있던 미술계는 미국으로 향했다. 또 '네오 팝'과 '포스트모던 키치(kitsch)의 왕'으로 불리는 제프 쿤스의 등장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풍선개'로 잘 알려진 그는 고급 미술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작품, 싸구려 미니어처와 장난감 같은 상업적 생산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메로 브리토도 1989년 앱솔루트 보드카 캠페인 창립자를 만나며 자신만의 작품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한없이 밝고 경쾌한 그림. 선명한 색감과 리듬감을 형성해 조형미를 가미한 작품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과는 거리가 멀다. 예술의 또 다른 힘을 보여주는 비판적인 시각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의 예술은 나의 세상이다. 나의 완벽한 작은 세상을 만들어 행복 바이러스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실현하고자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자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적 장애가 있는 환자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등 250개 이상 자선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재정을 지원한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향해 "따스함, 긍정적 에너지, 그리고 사랑이 흘러나온다", "피카소에 마티스의 색을 입힌 모던 아티스트다"라고 말했다.

◇원화의 감동, 관객 마음 흔들까?

3·15아트센터에서도 예술을 통해 행복을 주고 다른 이들을 돕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의 가치관을 잘 볼 수 있다.

창원문화재단은 관람객이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LOVE 사랑 △HAPPY 행복 △HOPE 희망 등으로 전시를 꾸며 회화 100여 점을 내걸었다.

또 유명인들의 초상화 시리즈와 유명 기업과 협업한 작품도 내보였다.

무엇보다 원화 중심인 전시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에 창원문화재단은 유명 작가 원화를 볼 수 있는 전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어린이 교육'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많은 관객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획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Color of Wonderland(컬러 오브 원더랜드)'전의 흥행은 앞으로 재단이 펼칠 여러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육이라는 장치가 없어도 작품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기획전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과연 로메로 브리토의 가치관은 지역민의 마음을 흔들까?

이번 한국 특별전을 총기획한 우종범 총감독은 "로메로 브리토의 전시는 일부 작가들, 일부 계층이 독식하고 편식하는 예술과 다르다.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작품에 담았다. 많은 사람이 예술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이 사회를 살아가며 망각했던 예술의 본질적 지향점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입장료 성인 1만 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문의 055-719-7831.

▲ 3·15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는 로메로 브리토 작품. 작가는 "그림을 보고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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