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도 "지역문화 살리자"던 그
그가 뿌린 문화 씨앗을 '투기'라니

지난 지자체 선거 때에 이곳 산청지역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국회의원이 다녀갔다.

십수 명의 국회의원이 와서 응원해주고 지지연설을 하며 활기 넘치는 선거전이 펼쳐졌으므로 나 역시 5~6월 한 달여를 현장에서 뛰어다녔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아래로부터 잘살아 나갈 방법을 모색하며 지원하러 온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미래발전 계획을 유심히 듣고 이 지역의 변화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곤 했다.

그중 손혜원 의원은 유독 스타일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오자마자 공예협회 회원들을 먼저 만나겠다 한 것이다.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화체육관광위 위원이라 애정이 남다른가 보다 했다.

공예협회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흔히 보여주었던 선거홍보나 지지호소 발언은 정작 없었다.

지역예술가들의 공예, 디자인 작품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면서 지역의 예술 문화발전에 관한 관심만 진지하게 설명하였다.

자신도 직접 서울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전통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매장 운영을 한다는 얘기와 지역문화가 잘돼야 그 지역이 살고 궁극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이 된다는 요지의 얘기를 듣는데 그녀에게서 나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절절히 외쳤던 문화강국의 꿈을 읽었다.

나 역시 문학적 성취를 이 고향에서 도농상생공동체 실현으로 이루고자 했으므로 손 의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특히 지역 특성을 잘 살려서 쓰러져가는 시장이나 구도심을 잘 살려내어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잘 살아있어야 한다는 간곡한 주장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군수 후보님 손을 잡고 산청읍 전통장터의 낡고 허름한 상가들을 군이 사들여서 잘 단장한 후, 상인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싸게 임대하여 시장을 살려 달라는 당부를 했다.

'아, 이 사람 진짜 몸으로 사는 정치인이구나!' 같은 방향의 꿈을 꾸고 있던 나로서는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 손혜원 의원의 팬이 되어 산청의 젊은이들과 만나면 시장을 어떻게 바꾸어볼까, 고민하곤 했다. 마산의 창동처럼 문화와 예술과 상업이 함께 어우러져 전국의 관광객들이 놀러 오는 그런 공간을 이곳 산청에서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하다못해 산청에 들르는 관광객들을 위한 주말 상설시장을 만들어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프리마켓부터 시작해보자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손 의원이 뿌려놓고 간 씨앗은 이렇게 꿈틀거리고 있는데, 목포의 구시가 문화거리조성사업이 부동산투기로 몰려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을 보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답답하다.

온 언론이 북새통을 이루며 떠들어 대는 이 문제를 보며 나는 '손혜원 의원이라면 충분히 사재를 털어서라도 그곳을 살려내려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목포는 투기지역이 아니라 보존해야 할 역사이고, 항구고,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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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지난한 삶의 흔적이 만들어낸 지문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살려내어 가장 목포다운 고장을 만들고자 한 그 과정을 살필 줄 알아야 진실 보도를 정명으로 삼는 언론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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