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반월·상남산호구역 일한와사·지하련주택 등 전문가 "전시관으로 보존"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사업구역 동네에 남은 '생활유산'에 대해 보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창원시 재개발사업구역 내에도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 여럿 있다. 지역에서도 서울시처럼 자치단체가 나서 재개발구역에 포함된 근대건축물을 마을흔적관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구역 일대에 도심 전통산업과 오래된 가게를 보존하는 측면에서 정비사업을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1940년대 들어선 을지면옥·양미옥 등을 철거하지 않고, 인쇄업·가구·조명상가·문방구 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2006년 설정됐고, 서울시는 이곳에 2023년까지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창원 근대건축유산 가운데 '일한와사 사택'은 반월재개발사업구역에 포함돼 있다. '지하련 주택'과 '산호동 노씨주택'은 상남·산호재개발구역에 있다. 등록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에 밀려 언제든지 철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창원시가 '마을흔적사업'을 활용해 재개발구역 근대건축물들을 보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창원시 조례에 따라 건축물 원형을 지키면서 마을흔적관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반월, 상남·산호구역은 재개발 사업 절차상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머물러 있어 '창원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른 마을흔적보전사업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근대건축물 원형 보존에 대해서는 필수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유진상 창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창원시가 마을흔적보전사업 등 서둘러 보존책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지키려는 의지다. 창원시 근대 건조물 지원 조례에 따라 보존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게 돼 있다. 시는 이런 데 예산을 써야 한다"며 "문화유산보존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대건축물이 사라지는 것에 대비해 실측과 촬영을 반드시 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다른 곳으로 옮겨 짓는 것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삼호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 건축사는 "가장 좋은 것은 원형 보존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 처지에서는 설계·공정 등 계획을 갑자기 바꾸기가 어려울 수 있다. 원형 보존이 여의치 않다면 역사·관련 인물·스토리 자료와 도면 복원 등을 통해서 기록으로 보전하고, 마을흔적관에 전시를 통해 역사문화콘텐츠로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재개발과 관계자는 "두 재개발구역 모두 마을흔적보전사업 대상지다. 두 구역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설계도 외 구체적인 설계는 없다"며 "근대건축물 원형 보존에 대해서는 조례가 강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지하련 주택은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아 조례상 근대 건조물로 지정하지 못했다. 설득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건조물 조례는 소유자 동의를 받아 보존 비용을 최대 3000만 원(소유자 부담 70%)까지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규정을 소유자 부담을 낮추고 지원비용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대건축물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다. 통영시가 도로 개설을 추진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소반장 공방'은 2017년 10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뜯기지 않았다. 또 자치단체가 근대 건축물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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