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인연을 끊은 지 만 2년. 20년 동안 원 없이 피웠고, 2년 동안 쉼 없이 참았다. 탁 트인 바닷가에서 낭만을 느끼며 한 대, 비가 내리는 처마 밑에서 외로움을 즐기며 한 대, 입찰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해방감을 만끽하며 한 대, 가끔 담배가 있어 든든했던 추억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담배 한 대 피울까요?" 처음 만난 이와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담배의 매력을 지금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담배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는 않다. 금연, 상상 그 이상으로 훨씬 좋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금연하고 난 뒤 가장 좋은 점, 무엇보다 소주의 참맛을 안 것이다. 소주가 이토록 달콤쌉싸름한 술이었던가. 담배를 끊은 뒤 맛본 소주는 지난 20년 동안 내가 즐긴 그 소주의 맛이 아니었다. 깔끔하다 못해 청량감까지 느껴지는 소주의 맛이 낯설기까지 했다. 20년 동안 니코틴에 둔해졌던 미각이 되살아나 소주의 본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음주 다음 날 숙취가 덜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세탁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금연하면 좋은 점 중의 하나이다. 제아무리 성능 좋은 섬유탈취제라고 해도 담배의 찌든 냄새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글을 쓰거나 회의를 할 때 한 갑 이상을 거뜬히 피웠던 골초 시절, 한번 입은 옷을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입지 못했다. 다음 날 바로 세탁소로 직행, 드라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금연 이후 세탁 비용을 60% 이상 절감한 것은 기본! 머리, 손, 입…, 몸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지는 청결함은 덤으로 누리고 있다.

폐활량이 좋아졌다거나, 피부가 맑아졌다거나, 담뱃값을 아껴 커피를 더 즐기게 되었다거나, 금연하면 좋은 점이 많다. 금연, 권장할 만하다.

그렇다고 흡연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선 금연이 좋지만,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선 흡연도 괜찮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비흡연자로서 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해 주고 싶다. 눈총을 받으며 후미진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기분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 줄 알기 때문에 흡연자들의 처지가 더 짠하게 느껴진다.

간접흡연으로부터 비흡연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건 중요하다. 또한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또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비흡연자의 건강권도, 흡연자의 인권도 존중하기 위해선 최상의 흡연시설이 많아야 한다. 거리 곳곳에 공기청정기가 달린 쾌적한 흡연시설이 있다면 굳이 눈총을 받으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있을까? 식당에 전망 좋은 흡연 장소가 있다면 밀폐된 화장실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을까? 흡연시설이 없거나 혹은 더럽고 쾌적하지 못할 때, 비흡연자의 건강권은 침해당하기 쉽다.

무엇보다 담배가 그토록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유해물질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마약처럼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고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버젓이 판매한다는 건 사회가 허용할 만큼의 유해성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해물질로 치면 거리에서 뿜어내는 자동차 매연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 나처럼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자동차 운행을 하는 이들에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 주변 그 누구도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내 건강권이 침해받으니,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라고 항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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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흡연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 흡연이 마치 범죄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걸까? 금연한 지 2년, 비흡연자로 흡연자들의 처지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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