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미투 운동에 함께한 모든 이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9일 당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근무한 서 검사는 방송에 출연해 검찰 고위간부로부터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 폭로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출발점이 됐다. 미투운동은 지난해 법조·문화계·학교·종교계·정치권, 올해 체육계로 이어져 확산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서 검사는 "미투가 얘기하는 건 피해자를 특별 대우해달라는 게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미투의 성공은 검찰 개혁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이번 판결이 도내 여성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소영 사무국장은 "서 검사 폭로 이후 지난 1년간 성과라면 여성들이 더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행사나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면 시민 반응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조직 문화와 성인지 감수성 변화는 더디다. 윤 사무국장은 "지난 1년 미투운동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평등위원회 기구를 설치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체계는 잡아가지만 인식 개선 속도는 느리다. 지난해 동료 성추행 신고를 도운 여경의 2차 피해 사건 이후 경찰 내 재발방지 대책이 논의됐지만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작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3월 9일 '경남여성대회'를 열고, 지난해처럼 성 불평등을 외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사무국장은 "올해 샤우팅은 단순 성토·고발 수준이 아니라 노동, 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1년 전보다 진전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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