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드루킹 사건 변곡점
김정호, 갑질 논란 국토위 사퇴
홍준표, 당권도전 내부서 냉랭
김태호, 황교안 등장에 뒷걸음

이쯤 되면 '풍수지리서'나 '토정비결'이라도 들춰 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께부터 경남 정치인들의 수난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부터 자유한국당·정의당까지 여야 가림없이, 특히 오랜 정적 관계를 포함해 '한때' 승자나 패자 모두 이런저런 곤경에 놓여 이채를 띠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 자유한국당 엄용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과 이군현·조해진 전 의원, 민주당 김정호(김해 을) 의원, 그리고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까지 거론될 수 있는 사람만 10여 명에 달한다.

김태호 전 지사가 결국 한국당 대표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때 친박계를 대표할 유력 주자로 언급되며 그 자신도 도전 의지가 강했으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등장에 속수무책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출마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위세와 저조한 당 지지율을 극복 못하고 패한 데 이어 또다시 정치적 재기가 좌절된 셈이 됐다.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 대표로서 "김태호 전 지사 경남지사 공천 가능성은 0%"라며 평소 불편한 관계를 여과없이 드러냈던 홍준표 전 지사 역시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대표직을 노리는 데 비판이 팽배하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전당대회 흥행에는 좋겠지만 홍 전 지사 본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도 낮은데 그 결과로 대권 도전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태호·홍준표 이 두 사람을 지금 같은 어려움에 빠뜨린 주역은 단연 김경수 지사다. 한데 그 또한 공교롭게도 요즘 형편이 썩 좋지 않다. 오는 30일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어서다. 만에 하나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이 나온다면 정치 타격은 물론, 경남도정과 경남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각종 사건에 휘말려 시련을 겪는 도내 여권 인사, 문재인 대통령 측근은 김 지사뿐이 아니다.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불거진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내년 총선 양산지역 출마가 불투명해졌고, 김경수 지사 지역구를 물려받은 김정호 의원은 지난달 김포공항에서 안전요원을 상대로 한 '갑질 횡포'로 공식 사죄와 국회 국토교통위원 사퇴까지 해야 했다.

2016년 총선에서 당선-공천 탈락(컷오프)으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린 엄용수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도 최근 드라마틱한 반전극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의원직 및 차기 총선 도전이 위태해진 엄용수 의원 '빈자리'(한국당 밀양·의령·함안·창녕 당협위원장)를, 조해진 전 의원이 지난 12일 중앙당 주최 공개오디션을 거쳐 탈환했으나 경남도당 입당 심사에서 복당이 불허되는 '물고 물리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의원은 중앙당 이의신청을 통해 복당 및 당협위원장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으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많다.잘 알려진 대로 올해 4월 재·보궐선거 국회의원 선거구는 경남 2곳, 즉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이 현재로선 전부다. 창원 성산은 지난해 7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목숨을 끊음으로써, 통영·고성은 4선의 이군현 전 의원이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음으로써 치러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와 김경수 경남도정을 평가하는 장을 넘어, 죽음과 좌절과 법의 심판 등이 얽힌 경남 정치인의 수난을 상징하는 4·3 재보선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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