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래의 미라이〉 (감독 호소다 마모루, 일본)
칸국제영화제 초청작…관계의 소중함 담아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로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가 개봉했다.

영화는 4살 '쿤(목소리 가미시라이시 모카)'이 여동생 '미라이(목소리 구로키 하루)'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보다 행복했던 쿤, 하지만 미라이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부모님의 관심은 오로지 여동생에게만 있는 것 같아 외롭고 서럽다. 그래서 미라이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질투 탓에 동생을 몰래 괴롭힌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 정원에서 사람으로 변한 애완견 윳코를 만난다. 그러더니 중학생이 된 미래의 미라이가 나타난다. 쿤은 비밀의 정원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며 엄마(목소리 아소 구미코)의 어린 시절을 겪고 증조할아버지(목소리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모험을 떠난다. 과연 쿤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또 미라이와 친해질 수 있을까.

▲ <미래의 미라이> 주요 장면. /스틸컷

호소다 마모루가 3년 만에 발표한 <미래의 미라이>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뽑히고 아시아 최초로 제76회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또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오늘을 사는 쿤에게

쿤에게.

안녕 쿤, 너를 만나고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를 보고서 쿤과 같은 나이인 내 딸이 생각났고, 또 쿤이 과거를 여행하는 동안 나의 과거와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오랜 시절의 어느 날을 떠올렸단다. 나는 너의 엄마 또래인 한국에 사는 아줌마야.

쿤, 요즘은 어떠니? 동생 미라이와 잘 지내고 있니?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한순간에 미워지는 마음을 알 것 같아. 미라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아끼던 기차 장난감을 내어주던 네가 한순간에 돌변했잖아.

나도 엄마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 여동생이 태어나고서 더 안아달라고 떼를 썼고 먹지 않았던 우유까지 먹었다고 말이야.

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돼. 거실에서 함께 지내던 윳코가 갑자기 사람으로 변했잖아. 그런데 알고 보니 윳코도 쿤이 태어나면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대. 참 어렵다, 그렇지?

▲ <미래의 미라이> 주요 장면. /스틸컷

하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이 어려운 이야기를 정말 잘 풀어내. 너보다 먼저 세상에 태어난 여러 언니, 오빠들을 보면 그렇단다. 호소다 감독은 가족을 꾸리면서 사적 경험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를 내보이며 누군가가 가족을 이루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만들었거든.

처음에 <미래의 미라이>를 보고서 아주 현실적이라 놀랐단다. 너의 부모님 일상은 우리와 전혀 다를 게 없거든. 아이 둘을 키우는 게 얼마나 고된 지 알 수 있었어. 그러다 영화는 점점 거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5개의 일화가 이어지며 감독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꺼내놓지.

호소다 감독을 인터뷰한 한 기사를 읽었더니, 감독은 아이들이 어른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다르다고 말했더구나. 오히려 어른도 그 시절을 다시 체험하게 되면서 잃어버렸던 무엇을 찾게 된다고 말이야. 맞아! 나도 너를 만나고, 또 내 딸을 키우면서 내가 어린이였던 날들을 떠올려.

그리고 나를 키웠던 엄마의 어린 모습이 어땠을까 궁금해. 그러면서 다시 현재의 나를 보게 돼. 이는 나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작업으로 변화하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영화관에서 쿤을 만난 후, 성장이라는 주요 주제와 이 세상이 존재하려면 필요했던 그 무언가를 어렴풋이 떠올렸을 거야.

일본 어느 한 동네에 있는 작은 가족이야기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인연으로 탄생하고 이는 아주 먼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해. 또 이는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을 갑자기 중학생이 된 미라이를 등장시켜 알려주지.

아, 쿤이 만났던 삼촌 기억나? 알고 보니 증조할아버지였잖아. 전쟁 때 다리를 다쳤지만 오토바이를 타던 잘생긴 증조할아버지. 전쟁의 역사도 곧 가족의 역사이고, 이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아픈 일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해.

▲ <미래의 미라이> 주요 장면. /스틸컷

쿤, 너는 집 한가운데 정원에서 신비로운 여행을 하지. 늘 정리정돈을 강조하던 엄마가 쿤처럼 뭐든 늘어놓고 논다는 것을 알았고 초등학생 때도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아빠의 어린 시절도 알게 돼. 그러면서 너는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관문에서, 미라이의 오빠라고 외치지. 넌 미운 마음 탓에 애써 외면했던 사실을 받아들인 거야. 장하다!

쿤, 우리는 아주 사소했던 과거의 일상이 쌓여 존재해. 이는 시간이고 자연의 법칙이지.

중학생이 된 미라이가 말하잖아. 쿤이 미래의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물었더니, "오빠는 오빠의 일상을 살아. 지금 나는 지금을 사는 나야"라고 말이야.

오늘 사는 우리는 먼 훗날 어느 한 누군가에게, 한 가족에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영향을 미칠 거야. 이는 생명의 순환이지.

쿤을 만나고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어. 이 순환의 역사에서 제대로 살고 싶다고 말이야. 그리고 나도 쿤처럼 매일 고민할 거야. 나는 누구인지를 물을 거야.

쿤,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분명히 어디서 또 만날 거야. 우리 그날까지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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