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떠났지만 지역민 사랑받는 공간으로
도내 568곳…전국 15% 차지 매각·임대 또는 교육시설 활용
캠핑장·도서관·예술교육장 등 마을주민 소득창출에도 이바지
도교육청 실태점검·관리 추진 "지역민과 상생방안 발굴할 것"

학생 수가 줄면서 통·폐합, 이전 등으로 문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폐교는 농어촌, 인구가 적은 지역 등에 몰려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학교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미술관, 생태체험학습장, 도서관 등 다양한 용도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경남교육청이 집계한 총 폐교 수는 568곳에 이른다. 통영 56곳, 진주 42곳, 합천 39곳, 거창 37곳, 하동·산청 각 36곳, 거제·고성 ·함양 각 35곳, 밀양 34곳, 창원 32곳, 창녕·남해 31곳, 의령 27곳, 사천 25곳, 함안 20곳, 김해 9곳, 양산 4곳, 본청 4곳 등이다. 이 중 323곳을 매각했고, 자체 활용 중인 곳이 46곳, 반환한 곳이 2곳이다. 나머지 폐교 197곳은 교육·문화시설 등으로 활용(122곳)되고 있거나 활용을 모색 중(75곳)이다.

교육청이 관리하는 폐교 대부분은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유·무상으로 개인·공공기관 등에 빌려주기도 하고, 지역주민이 매각을 반대하거나 사려는 이가 없을 때 임대를 하는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폐교 자체 활용 우선순위는 대안교육, 학생수련원, 환경교육 등이다. 도시 재개발 계획, 산업단지 조성, 인구 유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존·관리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성이 떨어지면 팔기도 한다. 보존 학교 중 활용 계획이 잡히지 않으면 임대료를 받고 빌려준다. 지역에 따라 계약기간, 임대료는 차이가 있다.

◇캠핑장, 도서관, 문화공동체로 변신 = 캠핑장, 도서관, 문화공동체 등으로 지역민이 다시 찾는 장소로 활용되는 곳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해 제대로 쓸모를 찾은 대표적인 사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옛 진전중학교 여항 분교다. 이 학교는 양촌여울체험캠프(양촌활성화센터)로 바뀌었다.

학교는 지난 1999년 9월 진전중학교와 통·폐합되면서 폐교가 됐고, 15년간 주민 생활체육시설로 운영됐다. 이후 창원시가 2015년 사들여 가족 체험활동 공간으로 만들었다. 2층은 펜션으로 탈바꿈했다.

캠프장이 생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 방문객도 늘었다. 운영도 마을주민들이 맡고 있다. 인근 10개 마을이 공동 출자해 ㈜양촌여울체험캠프를 만들었다. 도시민은 힐링 공간을 누리고, 지역 주민들은 소득을 얻고 있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옛 구암중 체육관을 증축한 '지혜의 바다' 도서관. /경남도민일보 DB
▲ 폐교를 활용한 사례. 문화예술교육공간 경남예술교육원 '해봄'. /경남도민일보 DB

도교육청 자체 활용 모범 사례는 독서문화공간 '지혜의 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옛 구암중 체육관을 증축한 '지혜의 바다'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책 놀이터', '거실 같은 도서관', '진로 체험공간'을 표방하며 새로운 도서관은 인기를 끌고 있다. 김해에도 폐교를 활용한 '지혜의 바다'가 생긴다. 도교육청과 김해시는 3월 문닫는 주촌초교를 활용해 11월에 개관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진주시 문산읍 옛 진양고를 개조한 문화예술교육공간 경남예술교육원 '해봄'도 문을 열었다. 해봄은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장소가 부족하다는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체험 위주의 음악 중점학교 경남고성음악고등학교도 옛 하일중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7년 개교했다. 고성음악고는 전국 최초로 폐교를 활용한 공립기숙형 학교다.

▲ 폐교를 활용한 사례. 밀양 백산초교에서 체험교실 등을 운영하는 백산마을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DB

폐교를 활용해 마을 사람들이 단합과 협동을 통한 문화공동체를 일구기도 했다. 폐교된 밀양 백산초교를 마을 주민들이 새로 가꿔 문화우물사업,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해 체험교실과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백산마을은 경남도가 주최한 2018년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분야 최우수에 뽑혔다. 또 농식품부가 주최한 5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 경남도 대표로 참가해 문화·복지분야에서 금상을 받았다.

예술인들이 빌려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는 폐교들도 있다. 도내 10여 곳이 예술창작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창원 구복예술촌, 마산아트센터, 삼진미술관, 진해예술촌, 통영 연명예술촌 등이다.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전시 등을 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 폐교를 활용한 사례. 창원 구복예술촌. /경남도민일보 DB

▲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폐교를 미술관·전시관으로 만들었다. /경남도민일보 DB
◇쓸모 정하지 못한 곳 활용방안 찾아야 = 지역민 소득 창출, 문화공간으로 폐교가 활용되기도 하지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공간도 많아 대책도 필요하다. 유지·보수 등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경남도의회 교육청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폐교 유지보수비로 2015년 1억 7300만 원, 2016년 6억 6183만 원, 2017년 15억 9100만 원, 2018년 4억 7235만 원을 썼다. 올해도 15억 1715만 원을 편성했다. 도내 폐교 숫자는 전국 폐교의 15%를 차지한다. 이는 전남·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것이다.

도교육청은 낡은 폐교를 각 교육지원청과 협업해 관리·활용을 위해 상반기에 폐교실태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실태 점검결과에 따라 안전과 미관 등을 고려해 폐교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미활용되고 있는 폐교 활용률을 높이고자 교육청과 지원청 홈페이지에 '폐교재산 활용 현황'을 올려서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폐교 활용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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