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만 복 경남교육삼락회장
무능과 무성의가 낳은 대형사고
기본적인 규칙·법부터 꼭 지켜야

요즘같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인재는 예측이 가능하여 사고 없는 미래를 위해서 예방에 노력과 정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근래에 일어난 대형사고는 첨단 과학의 힘으로 예방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제도와 운용하는 사람들의 무능과 무성의로 저질러진 많은 시행착오는 모두가 인재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통영 앞바다에서 낚싯배의 충돌 사건, 강릉의 고교생 일산화탄소 중독사건, 순식간에 4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작년의 밀양병원 화재사건 등은 어느 날 갑자기 돌연변이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원인 없이 결과만 빚어지는 경우는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한때 비정상이 잘 통했다고 한다. 합리보다는 무리가 앞서고, 법보다 검은 권력이 잘 통한 시대도 있었다. 공식보다는 비공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컴퓨터에 입력시킬 수 없는 변수 때문에 국가의 통계도 부정확했을 뿐 아니라 최신 4차원의 경영기법도 맥을 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요령과 재주를 잘 피우는 임기응변이 활개를 치게 된다. 결과만 중요시하고 과정은 무시해 버리기 때문에 '모로 가도 먼저 서울 가는 사람이 최고'라는 식으로 기회주의자가 판을 치게 된다. 이런 무질서는 경쟁적 의미에선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사회의 안정이나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

질서란 모든 사물이 있어야 할 곳에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손님이 되어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현관에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든가, 거실에 물건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으면, 그 집안의 가풍이나 질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질서는 하나의 관습이다. 관습은 오랜 생활 속에서 몸에 배게 된다.

질서는 어릴 때부터 각인이 되어야 생활화된다.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군무를 펼치며 하늘을 수놓을 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날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의 감각과 어릴 때부터 작은 무리의 질서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인간사회의 질서는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순리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즉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고 차근차근히 꾸준하게 이어감을 뜻한다.

자연의 재앙인 천재(天災)는 불가항력이지만, 인재(人災)는 질서와 안정이 정착되면 얼마든지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다. 인재의 대부분은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을 예사롭게 여기는데 기인한다.

맑은 창밖을 내다보듯이 앞이 환하게 보이는 것이 안정되고 질서 있는 사회인 것이다. 그렇지만 무질서한 사회에선 불감증과 복지부동이 존재한다. 무질서하면 부정을 밝히는 사람들만 넘쳐나기 마련이다. "이것쯤은 괜찮겠지", "내 업무는 여기까지", "대충 대충…"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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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정부의 각 부처나 기업체마다 안전에 관한 부처가 생겨났지만 사고는 여전하다. 사회적인 불안과 인재는 안정과 질서가 없는 곳에서 자란다. 즉 질서가 있으면 인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듯이 작은 질서의 생활화가 안전의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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