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종 250병 모아 주민 초대
덕담 나누며 뜻깊은 시간
"창단 11년 받은 사랑에 보답"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함안군 가야읍 한 술집에서 막걸리 잔치가 벌어졌다. 함안 지역 극단 아시랑이 지역민들을 초대해 벌인 행사였다. 극단이 신년 인사와 새해 다짐을 하는 자리였고, 지난 한 해 극단 아시랑에 도움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함안군 행정, 정치 쪽 명사들을 포함해 예술인, 관객 등 50여 명이 술집을 가득 채웠다.

사실 이 행사는 극단 아시랑 손민규 대표가 즉흥적으로 낸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달 초 동네 사람 몇몇하고 소주를 마시다가 문득 옛날에 창원에서 팔도막걸리 잔치를 했던 게 생각났다고.

▲ 함안 극단 아시랑이 지난 주말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팔도 막걸리 잔치. /극단 아시랑

"지역마다 막걸리 맛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모여서 술 맛도 비교하고 그러니 재미가 있었거든요. 생각난 김에 함안에서 한 번 해볼까 하고 말을 꺼냈어요. 반응이 회의적이었죠. 막걸리를 얼마나 모으겠느냐면서요. 그래서 제가 전국 막걸리를 한 번 모아보겠다고 장담했죠."

소령으로 예편한 손 대표에게는 나름 전국에 포진한 군대 선후배가 있었다. 막걸리가 비싼 술이 아니어서 전화로 부탁을 하니 다들 흔쾌히 응했다.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도 자신들이 만든 막걸리를 보내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15일까지 도내 시군은 물론 강원 철원, 충남 공주, 전북 정읍, 전남 해남, 대구, 부산, 제주 등 18개 지역에서 막걸리 28종이 모였다.

세어보니 전부 250병이 넘었다. 막걸리 한 통이 기본적으로 750ml에서 많은 것은 1700ml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사실 막걸리를 얼마나 보내올지 막연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이 모였어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역 주민들을 불러 모아서 크게 잔치를 벌이자며 판을 키웠죠."

그래서 만든 행사가 이날 열린 '함안극단 아시랑과 함께 전국 팔도 막걸리 잔치'였다. 특별한 이벤트는 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별로 보내온 막걸리를 소개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신년 덕담을 나누며 흥겨운 분위기를 나눴다. 전국 막걸리가 한자리에 모인 게 신기했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행사 후 남은 막걸리를 가져가기도 했다.

▲ 함안 극단 아시랑이 모은 전국 막걸리들. /극단 아시랑

"함안 극단 아시랑이 올해로 창단 11년 차예요. 그동안 지역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었고, 지역민들도 많이 사랑을 해주셨는데, 이번 행사로 보답을 조금은 해 드릴 수 있었지요."

손 대표 말처럼 그동안 아시랑은 <이옥분 여사>, <아라홍련>, <효녀 노아>, <처녀 뱃사공>, <함안군 파수리> 등 매년 꾸준히 지역 인물과 역사를 토대로 연극을 만들어 왔다. 아시랑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역 독립운동가 대암 이태준 선생의 삶을 연극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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