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거닐고 남은 발자국마다 피었네
하늘나라 천사 내려간 알프스 눈꽃 궁전 환상적 경치 뽐내
천사 보려고 사람들 위험산행…낭떠러지 떨어지는 목숨 늘어…슬퍼한 천사 떠난 자리에 흰 꽃

하늘나라에 '에델바이스'라는 천사가 살았어요.

어느 날 그 천사는 하느님에게 간곡한 청을 드렸어요.

"하느님, 제가 알프스 산에 내려가 그곳에서 살고 싶어요? 그곳의 하얀 눈꽃이 너무 좋아요."

"그곳에 가면 혼자서 외로울 텐데 괜찮겠느냐?"

"좋아요. 저렇게 하얀 눈 속에서 뛰어 놀면 얼마나 좋아요."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려무나. 눈 위에 맨발로 다녀도 전혀 춥지 않게 해줄게."

"땅 나라에서는 강아지도 눈이 좋아서 그 위로 팔짝팔짝 뛰어놀던데요?"

"아니다. 강아지가 눈 위에서 팔짝 팔짝 뛰는 것은 발이 시려서 그러는 거다. ㅎ ㅎ ㅎ ㅎ ㅎ "

"ㅋ ㅋ ㅋ ㅋ ㅋ 하느님도 참…."

다음날, 에델바이스가 햇살을 타고 눈이 하얗게 쌓인 알프스 산에 한 마리 나비같이 살며시 내려졌어요.

"와! 아름다운 이 알프스 눈꽃들! 눈꽃을 피운 저 나무들. 아, 저 눈꽃궁전!"

에델바이스는 햇살에 눈부신 하얀 눈꽃 사이로 한 마리 겨울나비처럼 날개옷을 입고 날아다니듯 했어요. 밤이 되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마치 은구슬이 아른아른 솟아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로 흐르는 것만 같았어요. 눈부신 아침 해가 뜨자, 에델바이스는 알프스 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그 알프스 산에 겨울철이 되면 눈꽃을 보기 위해 등산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어요. 에델바이스 천사가 놀고 있는 눈꽃 궁전이 있는 봉우리를 향하여 수많은 등산가들이 오르고 있었어요. 눈 덮인 언덕, 나무에 피는 눈꽃들, 나무들의 눈꽃 터널 그리고 그 많은 눈꽃 나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눈꽃 궁전의 환상적인 경치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어요.

등산가 몇 명이 숨을 씩씩거리며 언덕을 올랐어요. 그 등산가들 중에서 앞서가던 대장인 듯한 사람이 아름다운 눈꽃 궁전 앞에 닿자 놀라서 고함을 질렀어요.

"야앗! 저기 날개 같은 옷을 입고 맨발의 소녀가 눈꽃 궁전 뜰에서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등산가들의 눈길이 모두들 에델바이스에게 쏠렸어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생글거리며 웃는 모습이 눈 속에 핀 꽃인지, 사람인지, 마술 소녀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와! 환상적이다. 눈꽃 속에 사뿐히 걷고 있는 소녀가 인형처럼 고운 미소로 웃고 있네. 아, 너무도 아름답다. "

등산가들이 그 황홀한 모습에 취해 빨리 소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자, 그 소녀가 안개처럼 눈꽃 궁전 속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어요.

다음날, 마을로 돌아온 등산가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어제 알프스 눈꽃 궁전에서 본 눈꽃 속의 소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어요. 예쁜 얼굴, 날개 같은 좋은 옷, 생긋이 웃는 그 미소 그리고 그 눈꽃 궁전을 맨발로 다니는 것까지 재미있게 말을 했어요. 소녀가 날개를 달고 눈꽃 위를 날아다닌다는 등 보지도 않았던 상상의 말까지 했어요. 삽시간에 그 말이 알프스 산 아래 온 마을에 퍼졌어요.

다음날부터 많은 등산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눈꽃 궁전이 있는 위험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 길은 바위와 낭떠러지로 되어 있어 무척 위험한 길이었어요. 그런 위험한 벼랑길을 젊고 용감한 등산가들이 줄지어 올랐어요.

▲ 고산지대에 피는 것으로 알려진 에델바이스. 지난 2009년 경기 고양시 아를식물원에서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그 등산가들은 예쁜 소녀를 볼 욕심으로 숨을 씩씩거리며 조심성도 없이 무작정 올랐어요.

"남보다 빨리 올라가서 소녀를 만나 악수하고 함께 사진도 찍어야지!"

그때였어요. 청년 등산가 한 사람이 눈 속에서 발을 잘못 디디어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어요.

"으악! 사람 살려."

그 청년의 외마디 소리가 눈 쌓인 알프스 산 계곡에 하얀 메아리가 되어 이 산 저 산으로 울려 퍼져 나갔어요. 등산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바짝 긴장이 되었어요. 그들은 비명 소리를 듣자, 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그때였어요.

"아악! 살려 주세요."

또 한 사람의 등산가가 미끄러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어요.

산을 오르는 등산가들의 귓가에 맴도는 비명이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 비명소리보다 눈꽃 궁전에서 하얗게 웃어 준다는 소녀가 한 송이 꽃처럼 아른거려, 등산가들은 그 길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등산가들은 그 길을 계속 올랐어요. 알프스 산 계곡에는 등산가들의 비명이 매일 울렸어요. 벌써 몇 명의 등산가들이 떨어져 죽었는지도 몰라요.

에델바이스는 눈꽃이 아름답게 핀 눈 궁전에서 이 위험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너무도 마음이 아팠어요. 등산가들이 숨을 헉헉거리면서 그 위험한 벼랑길을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애처로웠어요. 더구나 간간이 들리는 비명소리를 들을 적마다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렸어요.

'아, 어떻게 할까? 내가 등산가들이 오르고 있는 곳으로 갈까?'

'아, 괴롭구나.'

에델바이스 가슴이 바삭바삭 타들어갔어요. 밤이 되자, 하늘에 은구슬처럼 흐르고 있는 그 숱한 별들을 보고 에델바이스는 깊이 생각했어요.

'하느님께 말씀드려 하늘나라로 돌아가자. 천사는 하늘나라 하느님 곁에 있어야 해.'

"진정한 사랑이란 가슴속에서 꽃을 피우는 거야. "

새벽이 되어, 별들이 하나둘 눈을 감자, 알프스 산의 눈 속에는 찬란한 햇살이 밝게 비추었어요. 하얀 눈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보석처럼 아름다웠어요.

'아, 이 아름다운 눈꽃 궁전을 떠나가야 하나.'

에델바이스는 저 등산가들에게 무언가를 꼭 한 가지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에델바이스는 눈을 감고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하느님, 간절하게 비오니, 제가 걸어 다닌 발자국마다 하얀 꽃 한 송이씩 피어나게 해주세요."

잠시 후, 에델바이스는 그 찬란한 햇살을 타고 날개옷을 하느작이며 하늘나라로 날아올라갔어요.

그 황홀한 모습을 등산가들이 보았어요.

"아, 저 모습!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천사 소녀!" "저 황홀한 모습!"

에델바이스는 손을 흔들며 여기저기 손짓을 했어요.

"내가 다니던 발자국마다 하얀 꽃이 필 거예요. 에델바이스."

하늘을 오르는 그 천사의 옷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에델바이스 노래'가 애절하게 흘러나왔어요.

등산가들은 하늘을 오르는 에델바이스에게 손을 흔들며 눈꽃궁전으로 가서, 그곳에서 아주 신기한 것을 보았어요. 에델바이스가 맨발로 다니던 그 발자국마다 하얗게 핀 꽃을 보았어요. 그 차가운 눈 속에서 하얀 에델바이스 꽃이 햇살을 받아 소녀처럼 방긋이 웃고 있었어요.

에델바이스는 왜 하늘나라로 다시 돌아갔을까요?

에델바이스 꽃말은 용기랍니다.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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