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를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공중정원으로 재생한 곳. '서울로7017' 얘기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과 상인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서울로가 생긴 후 남대문시장 방문객도 증가했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처럼 여겨진 청계고가도로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철거됐다. 이처럼 고가도로는 특정 구간의 차량정체를 없애려는 방법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된다.

그런 고가도로를 사천읍에는 새로 설치하는 걸 놓고 몇 달째 시끄럽다. 출퇴근 시간, 사천읍 수석5리 사거리를 통과하는 국도는 너무 막힌다. 사천시가 정부에 건의해 입체횡단시설 설치비로 국비를 확보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주국토사무소는 고가도로가 해결책이라고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그러자 사거리 주변 상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국토청은 '욕먹고 사업은 못한다'면서 거의 포기했는데 사천시는 밀어붙인다. 사천시장은 "국가 돈으로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시혜(施惠)의 사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시장의 공약은 고가도로가 아니라 지하차도 건설이다. 왜 바뀌었는지 명확한 설명은 없다. 담당 공무원은 "어렵게 국가 예산 땄는데 없어지면 다시는 사업 못한다"며 시민을 윽박지르는 듯한 말을 서슴없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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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고가도로만큼만 따 와서 지하차도가 안 된다고, 지하차도는 공사기간이 너무 길어서 안 된다고, 우회도로는 현실 불가능하다고 설명을 하면 된다. 항공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진 후엔 교통지옥이 된다고, 정확한 자료를 갖고 설득을 하면 될 일이다. 예산 따 왔으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시대의 행정은 철거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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