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노령화로 은퇴 준비
미래 경영인 모임 활발
새로운 경쟁력 확보 과제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창원국가산단의 최근 화두는 '가업승계'다.

1970년대 척박한 환경 속에서 기업을 일군 1세대 창업자 그룹이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회사마다 2세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기계류 생산공장 집단 유치를 목적으로 1973년 11월 착공한 창원산단은 올해로 46년째를 맞았다. 70, 80년대 기계산업의 요람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창원국가산단은 2018년 12월 기준으로 2567개 업체가 입주해있으며, 지난해 생산액은 52조, 수출액은 160억 달러(추정치)를 기록했다.

30, 40대에 산단에서 회사를 설립했던 1세대 경영인의 나이가 70, 80대로 들어섬에 따라 최근에는 가업승계를 위한 2세 경영자들의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초 창립한 '창원국가산단 미래경영자클럽'에는 44개 기업의 2세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대리부터 사원, 과장, 이사, 부사장 등 직함도 나이도 다르지만 부모세대가 쌓은 기업을 이어받겠다는 각오로 현장을 배우고 있다.

미래경영자클럽은 단순한 친목도모 모임에 그치지 않고 매월 한 차례 공장견학이나 전문가 초청 특강 등 실제 가업승계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가업승계 관련 '경영이슈 특강'과 가업승계자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미래경영자클럽은 금속표면처리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삼우금속공업 방기석 부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삼우금속공업 방효철 회장과 아들 방기석 부사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삼우금속공업은 일찌감치 방남석 장남이 사장, 방기석 둘째 아들이 부사장을 맡아 본격적인 2세 경영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미래경영자클럽 방기석(50·삼우금속공업㈜ 부사장) 회장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2세들이 많다. 주위에선 '금수저'라 하니 혼자서 끙끙대다 모임에 나와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면서 "다른 회사의 운영 방침을 간접 경험할 수도 있고, 업종 간 정보도 교류할 수 있어 모임이 활기찬 편"이라고 말했다.

삼우금속공업(주) 방효철(77) 회장은 "우리 세대와 자식 세대는 회사 경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무조건 강요만 할 수 없다"라며 "대신 자식들에게 제조업은 항시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점은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신하이드로릭 이재성(42) 부장은 장인 사업체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2세 경영인이다. 이 부장은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통 화제가 있어 클럽 구성원들이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만족해했다.

이들처럼 차근차근 승계 작업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지만 불투명한 전망과 어려운 경영 여건 때문에 승계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늘었다.

최근에는 경기가 나빠져 가업승계 대신 회사 매각을 검토 중인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한 기업인은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나 불로소득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일자리 창출 유지와 고유 기술과 노하우 계승의 장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배은희 경남지역본부장은 "과거 1세대 경영인들이 기업도시 창원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 2세대 경영인들은 새로운 경쟁력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착공 50년을 바라보는 창원국가산단은 이제 인적구성원이 바뀌는 과도기적 시점에 와 있다. 과거 1세대 기업인들이 기업도시 창원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2세대 경영인들은 앞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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