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장·군수실 확대 흐름
지역현안 공론장 역할 기대
행정사무감사 눈에 띄는 견제
감시기능 강화…주민복지 향상

지난해 6·13 지방선거는 경남 기초단체장 선거공식을 깼다. 보수 '철옹성'인 서부경남지역은 여전히 견고했지만 균열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이 남해와 더불어 창원·김해·양산·거제·통영·고성 등 시장·군수 자리 7곳을 차지했다. 함양군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지방의회 변화도 획기적이다. 민주당이 경남도의회 다수당으로 의장을 차지한 가운데 진주시는 도의원 4석 중 2석을 얻어 1995년 민선 이래 처음으로 자유한국당과 균형을 이뤘다. 다른 시·군의회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진출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한국당과 경쟁을 벌였다.

▲ 의령군 열린군수실 모습. /의령군

이러한 도민 선택은 민선 7기 시장·군수와 기초의회에 채찍을 가했다. 독단과 독선이 사라진 자리에 참여와 협치가 싹트고 있다. 하지만 민심 변화 속도에 정치권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군수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 지난해 7월 1일 민선 7기 단체장으로 취임한 도내 시장·군수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소통 행정에 나섰다. 신선함이 덜하지만 '주민과의 만남 확대'와 '공론화위원회·시민소통위원회' 구성은 경향이 됐다. 특히 초선 단체장은 공약에 그치고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김일권 양산시장(민주당)은 3층에 있던 집무실을 1층으로 옮겼다. 권위적인 문화를 청산하고 시장실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전임 시장이 불통이었다는 지적에 조규일 진주시장(한국당)은 시청부터 개방 구조로 바꿨다. 시청 주차장을 야간에도 개방하고, 2층에는 카페를 신설했다. 매월 '시민과 데이트'를 하고, '시민소통위원회'를 구성해 100명의 분과회원을 모집 중이다.

장충남 남해군수(민주당)는 '남해군수 공약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쟁했던 후보들 공약을 자신의 공약에 포함했다. 장 군수는 "당선이 안 된 후보들 공약과 결합하는 것은 모든 군민의 뜻을 반영해 나가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허성무 창원시장(민주당)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재선인 송도근 사천시장(한국당)은 올해 100명 내외의 시민소통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백두현 고성군수(민주당)와 구인모 거창군수(한국당)·이선두 의령군수(한국당)·서춘수 함양군수(무소속)·문준희 합천군수(한국당)는 '열린군수실'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소통 행정이 '보여주기식'이나 '대외 홍보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최승제 지역재생연구소장(행정학 박사)은 "시민소통위원회가 지역사회에 갈등이 빚어졌을 때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며 "주민과 단체장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통위원회가 권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위원회 중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 고성군 열린군수실 모습. /고성군

◇시군의회 집행부 견제 강화 = 제8대 도내 기초의회도 상황이 달라졌다. 단체장과 같은 당 소속이 대부분이어서 '두 지붕 한 식구'로 불린 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주민 대의기관으로 의회 본연의 역할을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능 중 핵심은 시·군정 질문과 행정사무감사다. 시·군정 질문 횟수는 7대 의회 초반 6개월과 비교해 차이가 별로 없다. 정책제안을 하는 5분 자유발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질적 성장은 고무적이다.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아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이 답변하는 관행은 여전하지만, 질문 내용이 예전 의회보다 개선됐고 정해지지 않은 추가질문도 날카롭다는 평가다.

하동군 한 공무원은 "그동안 일부 군의원의 군정질문은 자신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내용이 많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나 행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면서 "이번 의회 들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내용이 포함돼 답변서를 만드는 게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행정사무감사의 성과도 있다. 진주시의회는 '신진주역세권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조사해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조사를 요청했다. 진주시 한 공무원은 "실제 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통해 공무원들이 철저한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업무를 하면 안 되고,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사천시의회는 사업자 선정과 사업비 집행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휘말린 '6차 산업 수익모델 시범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 전에 시 자체 감사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 거창군 열린군수실 모습. /거창군

달라진 지방의회의 모습에도 개선점은 아직 많다. 창원시의회와 진주시의회·합천군의회 사례처럼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여전하다. 외유성이 짙은 의원 국외연수도 개선 속도가 더뎌 여전히 지방의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심인경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어느 정당이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체장을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의원 자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지방의회는 주민 눈높이에 부족하고 회의적이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의회의 권한이 작아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구도의 폐해를 비판하는 진보정당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의당 진주시위원회는 진주시의회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용국 위원장은 "진주시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용내역 공개를 뒷받침할 조례제정운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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