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진행된 용역 결과
관리대책·탐방지도 제안
이후 발굴·활용계획 전무

경남도가 지난 2015년 도내 문화유산으로 보존·관리가 필요한 근대건축물 전수조사를 해놓고도 제대로 된 관리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목포에서 '손혜원 국회의원 투기 논란'으로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에서 <경남도민일보>는 마산항 개항 120주년을 맞는 창원시가 일제강점기 건축유산을 관리하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경수 도지사도 지난 21일 간부회의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일과 별개로 도내에도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이 적지 않다. 마산·진해·통영·진주 등에서 제대로 된 보존대책이 없어 버려져 있거나 곧 사라질지 모르는 문화유산에 대해 각 시·군과 함께 보존대책을 수립하라"고 했다.

▲ 2011년 9월 2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 삼광청주 철거 전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사유재산, 개발논리, 지방자치단체 의지 부족 등으로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지고 있어 보존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이 같은 여론이 일자 경남도는 지난 2015년 창원대에 '건축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콘텐츠 개발 용역'을 의뢰하기도 했었다.

경남지역 근대건축물 연구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해체되거나 개발의 걸림돌로 치부돼 사라지는 근대 건축유산을 지키고자 보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완성한 '경남도 근대건축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에는 1876년 개항 이후 1960년대까지 주거·종교·의료·관청 등 건축물과 철도·교량·댐 등 산업구조물, 생활문화유산, 역사유적, 인물유적 등 326건이 등록됐다.

이 중 문화재청이 지정한 등록문화재는 44건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사유재산이더라도 함부로 개축하거나 허물 수 없다. 나머지 근대건축물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남도는 누리집을 만들어 근대건축유산 목록을 게시할 뿐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을 새로 발굴하거나 철거 등에 따른 변동사항도 파악하지 않았다. 근대건축물에 대해 보수를 한다거나 활용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게다가 용역보고서는 도내 근대건축유산을 탐방할 수 있도록 '지도' 제작을 제안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신삼호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 건축사는 "모범 답안인 보고서가 있으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했다.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도 자치단체가 이행을 안 한 것은 공수표"라고 지적했다.

▲ 2019년 1월 22일 삼광청주 터에 빌라가 들어서 있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에 대해 경남도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DB 구축 이후 관리·보존 체계에 대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재 담당 부서와 협의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겠다"며 "근대문화유산탐방 지도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앞으로 홍보·관리 계획을 세울 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시·군 가운데 근대 건축물 보존과 관련해 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는 창원시(2016년)와 통영시(2016년)뿐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도내에서는 '통영 소반장 공방(2017년 10월)'과 '통영 황리공소(2018년 10월)'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소반장 공방은 통영 도천동에 있는 추용호 장인의 집이자 작업실로 1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통영시는 이곳에 도로를 개설하려다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공방을 철거하지 못했다.

통영 황리공소는 1934년 교회 기능으로 지어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근대기 천주교가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한옥이 변하는 건축적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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