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해거름'서 싹튼 책 〈명곡의 탄생〉…오랜 단골들 이야기꽃

20일 오후 6시 3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음악카페 '해거름'에 활기가 돈다. 중후한 풍모의 손님들이 한두 명씩 모여들더니 어느덧 스무 명 정도가 됐다. 이날 해거름에서는 <명곡의 탄생>(도서출판 피플파워, 2018년 11월)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저자인 고굉무, 이정국 씨는 40년 지기다. 해거름 단골이던 둘은 이제 2대 카페지기(고굉무)와 추억 지킴이(이정국)로 직접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 공간은 40년 세월의 운치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에 십수 년 만에 문득 카페를 찾은 오랜 단골이라도 편안하게 마음속에 오래 담아왔던 노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런 추억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됐다. 출판기념회에서 저자들이 <명곡의 탄생>의 진짜 저자는 바로 해거름을 찾은 손님들이라고 한 이유다.

"해거름을 지킨 지 벌써 11년이다. 간혹 손님들이 신청하는 노래 속에 그분들의 희로애락이 있다. 그래서 더욱 신경을 써서 소중하게 노래를 들려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신청한 그 노래들이 씨앗이 되어 이번에 책을 내게 됐다. 사실 손님들이 대부분 소재를 제공했기에 우리 둘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쓸 수 있었다." 고굉무 씨의 말이다.

▲ <명곡의 탄생> 저자 고굉무(맨 오른쪽), 이정국 씨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저마다 해거름에 대한 추억담을 풀었다. 대표적으로 전점석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 운영위원은 출판기념회 장소가 해거름이란 광고를 보고 안 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해거름을 알게 된 게 20년 전이다. 진주에 살면서 가끔 마산에 왔는데, 마산 친구들이 여길 데려왔었다. 그때 인상이 깊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바뀐 게 없어 다행이다."

경남도민일보 구주모 대표이사, 이승기 전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 김유철 시인 등 참석자들의 덕담이 이어지던 중 소박한 차림으로 앉았던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 배기현 주교 차례가 왔다. 그는 두 저자를 두고 고등학교 2, 3학년 때 월남성당에 다니던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직전 김유철 시인이 낭독한 책 속 시를 언급하더니 곧이어 그 시로 만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인희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란 곡이다. 배 주교의 묵직하고 깊은 노래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르익었다. 이 기분을 이어받아 허정도 LH 상임감사도 책에 나온 노래 중 미키스 데오도라키스가 만든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불렀다. 2차대전 레지스탕스 이야기가 담긴 곡인데 이후 그리스를 대표하는 민중가요가 됐다.

이렇게 모두 4명이 즉석에서 반주 없이 노래를 불렀다.

이날 덕담 중 김훤주 해딴에 대표가 해거름을 두고 사람과 노래가 서로 스며드는 곳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대로 딱 맞아떨어진 휴일 저녁 해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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