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격려 없다면 부모라고 할 수 없듯
우리동네 의원 지켜보는 게 주권자 역할

경북 예천군의원 '가이드 폭행' 추태로 국민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사안은 항공료 뻥튀기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밀양시의회 의장과 운영위원장 간 폭행 사건에도 시선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당시 시의회는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해당 의원은 운영위원장직 사퇴를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 넘도록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들 사건은 의원 개인 자질문제를 넘어 시스템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지방의원의 국외연수 셀프심사를 차단하고 부당지출을 환수하는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을 개선해 권고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주민이 참여하는 윤리특위 상설기구화와 의회감사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실 밀양시의회 폭력사건도 발생 당시 전국을 놀라게 한 뉴스였다. 그때 밀양시민은 "전국적인 우세"라며 격앙된 심기를 드러냈다. 예천군의회 사건으로 다시 소환된 느낌이지만 시민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일이 왜 이렇게 흐지부지됐을까?

최근 들어 꼭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입시를 다룬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최종회로 치달으며 더욱더 인기를 불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양심', '인성', '상식'은 뒷전이고 오로지 '입시', '성공', '1등'에만 매달려 남이야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는 이들이다. 등장인물 중 제정신인 사람, 올바른 사람은 찾기 어렵다. 현실을 여실히 잘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너무 단적으로 압축하다 보니 '악인열전'처럼 돼 버린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세상을 몹시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찬가지다. 예천·밀양 건으로 우리는 지방의원을 모두 도매금으로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주민을 위해 어려운 여건에도 열정 하나로 헌신하는 의원이 훨씬 많은데 말이다.

이번 일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지방의회 신뢰를 더 허물고 악순환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밀양시의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감시하고 지켜보는 지속적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뫼비우스 띠처럼 잊힐 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기도 하다.

부모가 낳아주고 또 경제적인 지원만 한다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과 사랑, 격려가 더 중요하지만 이것은 제쳐놓고 1등만 바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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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자치단체 의원이 몇 명인지, 심지어 동네 의원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않다. 세금을 내고 투표를 했다고 주권자의 역할을 다한 것은 아니다. <스카이 캐슬> 부모들은 과도한 관심과 열정이 문제였지만 그 반대 또한 큰 문제다. 지금 우리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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