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을 봤다. 당시에도 김 화백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작품 가격을 자랑하는 작가로 유명했다. 청회색 유화지만 먹처럼 번져나간 추상화는 "비싼 작품이다!"는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작품과 다시 마주했다. 김해문화의전당이 한국 현대 미술사의 출발점을 말하는 기획전이었다. 감흥은 예전과 달랐다. 화백의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많았다. 무엇보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그의 그림은 결국 고향이자 고국이었다.

지난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이준 화백을 뵈었다. 100세를 맞아 상수 기념전을 열었던 노 화가는 여전히 그의 고향 남해가 눈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그가 그린 작품은 남해의 윤슬이었고 찬란하고 웅장했던 일출이었다.

그들의 유년시절은 그의 가슴에 깊이 박혀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영원한 영감이 됐다.

뜬금없지만 엄유나 감독의 영화 <말모이>를 보며 그들을 떠올렸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조선어학회를 다룬 영화는 말은 민족의 정신이며 글은 민족의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올바르고 계몽적인 영화라, 촌스럽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를 존재케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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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나를 지탱하고 지지하는 힘은 '무엇'인지 자꾸만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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