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신기자 "민심은 위험하다"
국민의 선택·책임, 그게 국민주권

오늘 마이클 브린 전 주한 외신기자 회장의 인터뷰가 한 신문에 실렸다. 1982년 한국에 들어와 37년간 한국에서 사는 그의 시선은 우리에게 헌법 1조 1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선출된 대표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한, 통치권과 입법권이 분리되어 있으며, 대표자는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통치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도화된 사회란 의미다. 이에 반해 마이클 브린은 한국사회는 '민중이 통치자'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심에 의해 살해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예로 들며, 민중의 민심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 주장했다. 필자는 그의 주장에 감정적 반발과 이성적 동조라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민심, 과연 민심은 국민 개개인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일까? 과연 민심은 국민 개개인의 의사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리고 민심은 합리적인가? 결과부터 말한다면, 필자의 질문의 답은 '아니요'이다.

1895년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르 봉은 대규모의 집단현상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집단의 폭력성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군중은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이든 원래의 생활양식, 직업, 성격이나 지능이 같든 다르든 상관없이 그들이 하나의 군중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혼자일 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일종의 집단의식(군중심리)을 만들고, 그들을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이며, 극단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집단의 추종자로 만든다고 했다. 또한, 군중 안에 있는 심리적 통일의 법칙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 집단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한다고 주장했다(Donelson, 2013, Group dynamics). 결국 영국에서 온 낯선 이방인은 우리 국민을 '군중'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그 군중은 결코 합리적이지 못했단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탄핵과 관련된 주장이다. 그는 촛불민심이 탄핵을 주장했고, 시스템은 그 주장에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판사라면, 수백만 명의 집회 인원과 상관없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수백만 명의 집회 참가 인원이 주장했고, 시스템이 응답했다는 그의 주장에 그것이 바로 국민 주권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국민 개인이 집회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못한다 하여도, 집회집단을 선택한 것은 국민 개인의 선택이고,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만 하는 사회적 존재들이다. 그러하기에 개인의 의사가 집단 속에서 왜곡되어 발현하였다 하여도, 그 결과는 결국 우리가 지는 것이다. 또한, 탄핵 과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한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하여도 헌법이 보장한 제도에 의해 탄핵당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즉, 제도화된 사회의 결과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통찰력이 있는 대표를 선출하고도, 전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표를 끌어내리고 끝내 다른 대표를 세운다. 그리고 로마 국민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표는 민심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고, 로마는 그렇게 망해간다는 내용이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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