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반한 머큐리 그가 사랑한 오페라
긴장감 큰 〈카르멘〉 아리아…퀸 멤버 갈등 장면서 흘러
천재라 불린 비제의 음악…'록 명곡 탄생' 감동과 연결

설마 했지만 결국 빅 히트를 상징하는 천만 관객에 육박했다. 이제 신드롬을 넘어 집단최면처럼 영국의 록 그룹 '퀸'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던 그들의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각종 방송과 광고에선 '퀸' 외의 가수가 없는 듯 그들의 노래가 흐르며 초등학생들마저 그들의 음악에 열광한다고 하니 세대마저 뛰어넘은 듯하다. 따라 부르기(싱어롱) 상영이라는 새로운 관람문화를 만들어 내며 2018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퀸'. 돌아보면 영화 <원스(Once)>가 있었고 뒤를 이어 <비긴 어게인(Begin again)>과 같은 음악 영화들이 유독 국내에서 사랑을 받는다.

영화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 천만 관객을 동원하였고 <위플래쉬> ,<라라랜드> 등의 영화로 음악에 대한 애정을 쉼 없이 보여 준 우리는 이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그 정점에 선 듯하다. 과연 우리의 몸에는 음표 모양의 DNA를 가진 피가 흐르는 것일까?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주인공 머큐리 공연 모습. /스틸컷

◇부적응자 프레디

이민자이며 밤에는 록음악을 즐기는 공항노동자 파록(라미 말렉), 그는 우연한 계기로 아마추어 밴드 리드 싱어의 빈자리를 채우게 되고 결국 정식 리드 싱어가 되어 그들은 전재산과 다름없는 밴을 팔아 실험적인 방식이 가득한 그들만의 앨범을 만든다. 이어 파록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을 하고 가수 엘튼 존의 매니저인 존 리드로부터 함께 일하기를 제안 받게 되는데 '우리는 부적응자로 또 다른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합니다'라는 프레디의 말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들의 앨범은 히트를 기록하고 한적한 곳에 마련된 녹음실에서 이루어진 다음 앨범의 녹음작업, 가끔은 멤버간 의견충돌로 티격태격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프레디는 사랑하는 메리를 생각하며 명곡 'Love of my life'를 만들고 그들을 대표하는 곡 '보헤미안 랩소디' 또한 녹음하게 되는데 그 유명한 '갈릴레오'를 수없이 반복하다 결국 '도대체 갈릴레오가 누구야?'라고 외치는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투정이 우스우면서 안쓰럽다. 이렇게 녹음이 끝나고 음반회사를 찾아간 그들,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못하다. 곡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그 자리를 뛰쳐나와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상에 선보이며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영화는 '퀸'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장면들을 하나씩 보여 주며 그들의 음악 속으로 관객들을 몰고 간다.

하지만 양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으로 인하여 메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프레디의 방황이 시작된다. 성실히 가정을 꾸려가는 멤버들과 달리 기댈 곳 없던 그는 매일 밤 파티로 그 외로움을 씻으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멤버들과의 관계조차 소원해지다 우연히 만난 존 허튼, 그는 이후 프레디의 연인으로 평생 그의 곁을 지킨다. 이후 솔로로 타 음반사와 계약한 프레디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멤버들을 오해하게 만든 매니저 폴을 해고한다.

또한 폴에 의해 못할 뻔 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여하려 하지만 멤버들이 필요한 상황. 프레디는 진심으로 멤버들에게 사과하고 마침내 다시 결합한 그들은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여하게 되는데…….

▲ 오페라 <카르멘> 공연 장면, /창원문화재단

◇카르멘 '하바네라'

심혈을 기울여 녹음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고 음반사를 찾은 '퀸'의 멤버들, 프로듀서와 멤버들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너무 기니 타이틀곡을 바꾸자는 책임자와 멤버들 간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무실에 놓이는 오디오에서 매혹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이 곡은 바로 프랑스가 낳은 천재작곡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오페라 <카르멘>은 현재 무대에 가장 많이 올려지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곡들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달리 작곡가 '비제'가 만들어 낸 최고의 작품인 <카르멘>은 등장과 함께 음악가로부터 찬사를 받게 되는데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하나의 음표도 버릴 것이 없다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오페라의 간단 줄거리는 이러하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집시 카르멘, 그런 그녀에게 매혹된 호세는 군인으로서의 사명조차 버리며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지만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유랑생활이 시작되지만 이에 적응하지는 못하는 호세는 이제 더 이상 카르멘의 열정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결국 그녀는 새로운 사랑,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선택하게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호세는 사랑을 호소하지만 카르멘의 차가운 거절에 결국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는 비극적 결말. 불타는 열정으로 가득하며 내면에 깊은 허무함을 품은 카르멘은 결국 죽음으로써 그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하바네라(1800년경 쿠바의 아바나 지방에서 태어나 유행한 춤곡)'는 오페라의 전반부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집시노동자 카르멘의 등장과 함께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관능적인 곡으로 이때 그녀가 던져준 꽃은 호세의 영혼을 빼앗으며 비극의 시작을 알린다.

"사랑은 제멋대로인 한 마리 새, 누구도 길들일 수 없어, 스스로 다가오지 않는 한 불러봐도 소용없지, 협박도 애원도 소용없는 일"

프레디 머큐리는 오페라와 발레를 사랑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중 아리아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또한 무대에서의 그의 도약은 발레를 연상시킨다. 모두가 그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며 록에 오페라를 접목하여 만든 록오페라 <보헤미안 랩소디>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 멤버들 녹음 장면. /스틸컷

◇세계인 마음을 훔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기 위하여 상영관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니 과연 천만을 넘어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 곡이 '퀸'의 곡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고 있으며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음악이라는 매체가 주는 장악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으며 '퀸'의 공연 후 무대에 설 아티스트의 고충을 걱정하였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꾼다. 스팅, U2, 밥 딜런, 엘튼 존, 필 콜린스, 마돈나, 폴 매카트니, 에릭 클랩튼…. 모두가 하나같이 그 이름만으로도 내뿜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

시대를 빛낸 그들은 약한 이들을 위해 모였었고 노래로 평화를 외쳤으며 전세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가진 목소리로 한마음으로 외칠 때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그들이 있었고 그룹 '퀸'이 있었다. 이에 이제 그들은 전설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음악은 생명력을 지니며 또 한번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가수 '엘튼 존'은 '퀸이 이 쇼를 훔쳤다'라고 평했다 한다. 그만큼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리 말하고 싶다. '그곳에 모인 모든 아티스트들이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다'. /심광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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