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인협회 신인상

진해YWCA 김민영(사진) 사무총장. 우연한 계기로 만난 그는 첫인상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사회단체 수장이란 아우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말과 태도에 얼핏 내가 주눅이 든 것도 같다. 그런 그가 최근 시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산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월간 <문학도시>(2018년 12월호) 신인상을 통해서다.

당선작 3편을 읽으니 본래 그가 보였다.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어쩌면 그가 슬퍼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하얗게 말라 갔다./ 너의 어머니가 눈물이 마르지/ 않은 것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울림이 큰 목소리가 줄어 가고/ 상냥스런 입줄기가/ 거의 닫아질 무렵/ 내 가슴을 울리던/ 너의 목소리는/ 자리를 잡고/ 그것마저도 부둥켜안고 싶어" ('너의 목소리' 중에서)

<문학도시>에 실린 당선 소감을 보니 간절히 그리워하는 누군가는 아마도 그의 동생인 듯하다.

"어느 날 아주 멀리 떠나보낸 동생과의 이별은 꼭 아픔이 아님을 나만의 상념의 시간으로 달래보고 또, 괴로워하였다."(당선 소감 중에서)

하여 그의 시는 스스로 가만히 바라보는 그만의 생채기다. 생채기는 결국 마음의 흉터로 남아 주변 사물에 투영된다.

"뚜렷한 하나에 채색되는/ 것은/ 고뇌였다가/ 고독이었다가/ 언제나 그리웠던 곳에서/ 나는/ 외로움을 살다 가는 피뿌리가/ 아니고 싶은/ 생명을 향한 슬픈 정열의 꽃이다." ('피뿌리꽃')

하지만, 마음에 남은 흉터가 마냥 고통스럽고 슬픈 것만은 아니다. 이제는 어떤 울림이 되어 시를 쓰는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기쁨과 슬픔을 글로 달래보는 어느 울림의 조련사가 되어 있었다." (당선소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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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랫동안 슬픔을 직시한 이만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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