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에 스며든 친환경
음반 〈바라던 바다〉 LP 제작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활용
장필순·조일두 등 10인 동참

자연 그대로 환경과 잘 어울리는 '친환경'에서 반드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필(必)환경'으로 경향 변화가 감지된다.

'필환경'은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신조어를 통해 미래 경향을 예측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올해 경향 예측 신조어다.

▲ 바다 쓰레기 문제를 문화예술로 풀고자 시도하는 '재주도좋아'에서 최근 기획한 편집 LP 음반 <바라던 바다>. /재주도좋아

 

최근 재생 플라스틱을 섞은 LP 음반 한 장이 나왔다. '재주도좋아'에서 기획한 편집 음반의 이름은 <바라던 바다>. LP 원료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에 착안,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LP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재주도좋아는 지난 2013년부터 제주도를 기반으로 바다 쓰레기 문제를 문화예술로 풀고자 노력하는 단체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LP 음반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안으로 재생 플라스틱(30%)을 섞어 음반을 제작했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100%)로는 기타 피크를 만들었다.

▲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기타 피크. /재주도좋아

 

이번 음반에는 음악가 김일두, 조동희, 재주소년, 김목인, 사우스카니발, 박혜리, 장필순, 시와, 권나무, 세이수미(트랙순) 등이 참여했다. 각 음악가가 바다를 노래한 10곡을 음반에 담았다.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쳐스, 디자인그룹 CFC, 메이커그룹 프래그랩이 음반 제작에 힘을 더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서정민갑은 '바라던 바다, 바다에서 줍고 건진 노래들'이라는 글에서 "노래가 바다를 되살리지는 못하더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라며 "지금 이 노래를 듣는 자신부터 버리는 대신 줍고 간직하고 되살릴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주의가 하나의 경향으로 대두하면서 기업의 인식도 바뀐다. 가장 대표적인 환경 친화 기업으로는 파타고니아를 들겠다.

등반 장비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한 파타고니아는 사명조차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이다.

▲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기타 피크. /재주도좋아

 

옷 한 벌도 오래 입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이미 1996년부터 모든 면 제품은 유기농 목화로만 만든다. 지난 1993년부터 버려진 플라스틱병으로 플리스 제품을 만든다. 나아가 매년 매출 1%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환경 단체 지원금으로 쓴다.

확고한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국내 등산용품 회사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추세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이 반영된 까닭이다.

파타고니아는 최근 'Single use Think twice(한 번 쓸 건가요? 두 번 생각하세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습관을 재고하자는 뜻을 담았다. 거창하지 않고 가장 작은 실천인 텀블러와 머그컵 사용을 제안하면서 관련 제품도 출시했다.

창원에 자리한 독립서점 오누이 북앤샵도 파타고니아 캠페인 파트너 하나다. 오누이 북앤샵에 들르면 파타고니아 텀블러, 머그컵 표본을 볼 수 있다. 캠페인을 소개하는 포스터도 내부 공간에 붙였다.

오누이 북앤샵을 운영하는 장참미·장건율 남매는 캠페인 포스터가 맘에 들어 파타고니아 측에 연락을 했다가 오히려 캠페인 동참 제안을 받았다. 장찬미 씨는 "생각보다 텀블러 사용자가 많다"며 "꾸준하게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필환경' 경향은 자연을 파괴한 대가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위기의식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필환경'에 동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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