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인력 충원 → 도민 곁으로'선순환 구축 목표
15주년 맞아 교육프로그램 강화
굵직한 6개 전시 선보일 계획
현대사 속 경남미술 흐름 고찰
학예담당 5명으로 제자리걸음
타 미술관 10명 안팎 운영 대조
인원보강 통한 업무전문화 과제

2004년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 단위 미술관이 창원에 들어섰다. 320만 도민의 미술문화 향유 욕구를 채우고, 지역 문화발전의 상징으로 여긴 '경남도립미술관'. 이는 타지역의 본보기가 되어 전북도립미술관 등 건립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태생부터 '작았던' 경남도립미술관은 외적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새롭고 참신한 전시 기획으로 미술관의 방향성과 경영을 선보이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 그럼에도 미술관 학예 인력은 15년간 5명에 머물고, 운영 예산도 인근 부산과 대구 지역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앞으로 지역사회는 경남도립미술관에 다양한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지역미술사 정립 등 경남도립미술관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처럼 지역민이 일상에서 누리는 문화 향유권에 대한 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다.

▲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지난해 경남도립미술관이 선보인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에 참여해 미술관 외벽에 작품을 만들었다. /경남도민일보 DB·경남도립미술관

◇"도민에게 스며드는 미술관"

올해 개관 15주년을 맞은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경수)은 내달 14일 올 첫 전시를 개막한다.

올 한 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내보일까.

미술관은 '예술의 향기를 전달하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경남을 위한 특별 전시기획 △도민 중심 문화 향유 실현 △지역미술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수집 △미술관 환경 개선 사업 등을 정책으로 삼았다.

혁신적으로 미술관을 변화시키기보다 도민 생활에 스며들겠다는 게 올해 목표다.

먼저 전시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겨냥한다. 또 경남미술사 정립을 위한 전시도 선보인다.

내달 시작하는 제1차 전시는 소장품전과 국제교류전이고, 제2차 전시는 교육체험과 현대미술을 중심에 놓는다. 또 제3차 전시는 지역을 조명한다. 밀양 출신 안창홍 작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도큐멘타 경남'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현대사 굵직한 사건 속에서 경남미술 흐름을 짚는다. 특히 2024년 개관 20주년을 고려해 경남미술사 아카이브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또 교육 사업은 '어린이 미술체험교실', '뮤지엄렉처' 등 기존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도내 시·군 등에서 전시 중심으로 진행하던 '찾아가는 미술프로그램'을 교육으로 강화한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단순히 내걸기보다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 지난해 경남도립미술관 앞마당 모습. 많은 사람이 작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참여형 작품 '마당놀이'가 선을 보였다. /경남도민일보 DB·경남도립미술관

◇인력, 예산…홀대받는 미술관

올해 굵직한 전시 6개를 마련한 경남도립미술관. 도민 생활에 더 스며들겠다는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까. 그동안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여러 약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홍보와 마케팅 미흡,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아 왔다. 지지난해 말 미술관이 '지역사회와 미술관 라운드테이블'을 열었을 때도 많은 시민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는 곧 인력의 문제다.

경남도립미술관 조직은 △관리담당 △학예담당으로 나뉜다. 관리가 음식을 담는 깨끗한 그릇이라면, 학예는 음식의 맛과 질이다. 하지만 경남도립미술관은 학예사 한 사람이 연간 기획전시를 2회 이상 진행하며 교육, 학술, 홍보, 소장품 구입, 수장고 관리 등을 나눠 맡고 있다. 특히 학예사 1명이 현재 휴직 상태라 4명이 이 모든 업무를 해내고 있다. 이는 10명 안팎으로 운영하는 부산시립미술관과 대구시립미술관 등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단순히 "전시가 좋다, 나쁘더라", "관람객 수가 줄었더라"고 미술관을 평하기 앞서 내부 속사정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시 기획과 함께 연계한 다양한 미술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에듀케이터(Educator), 미술품 보존수복 전문가인 컨서베이터(Conservator), 기록물관리 전문가인 아키비스트(archivist), 소장품을 기록·보존, 수장고를 관리하는 레지스트라(Registrar)처럼 고유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미술관과는 질적으로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김재환 학예사는 지난해 4월 김해에서 열린 '영남권 큐레이터 워크숍'에서 "광역단위 미술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으며 인력, 부서 배치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여진 학예팀장은 "문화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한 경남도립미술관이 되려면 인력 충원은 필수다. 학예사가 늘면 지역민과 소통,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민의 갈증, 지역미술사 정립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 등은 선순환 구조로 흘러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인력 충원은 곧 예산과 맞물린다. 경남도립미술관 올해 예산은 38억 원 정도다. 부산, 대구, 광주시립미술관 운영 예산 평균치가 80억 원이라고 잡을 때, 이는 홀대라고 여겨질 정도다.

▲ 지난해 진행된 교육 체험 전시 '플라스틱 가든' 모습. /경남도민일보 DB·경남도립미술관

◇경남 밖 변화하는 미술관

경남 밖에서는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전남의 예술과 철학을 보이고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이 첫 삽을 떴고, 울산의 정체성을 찾는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시작됐다.

또 지난해 국내 첫 수장고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문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출판과 연구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미디어 아트, 환경이라는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 전시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천차만별인 개인의 욕구에 맞춰 미술관마다 강점을 살려 변화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과거와 역사를 축적해 나가면서도 오늘날 미술의 흐름을 내보이고, 교육을 통해 지역민이 입체적으로 누리는 미술관이 되는 게 장기 비전이자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진행된 메이키즈마켓 모습. /경남도민일보 DB·경남도립미술관

오늘의 문제점을 가볍게 여기고선 내일의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 경남도립미술관의 내일은 오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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