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지구 '농사'회귀한다는 가상미래
농토와 고전적 농업, 인류의 희망일지도

어느 날 지구에 큰 변화가 생긴다. 기계를 움직이는 화석연료인 기름이 완전하게 고갈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모든 시설도 뒤따라서 멈추게 된 변화가 가져온 불편과 혼돈이다. 순식간에 나라마다 전기·수도가 끊기고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도 멈춘다. 국제 운송수단이 단절되자 국제간 물류도 중단되고 모든 시간이 정지된다. 나라 안 사정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도 무용지물이 되고 수돗물이 끊기면서 아파트 단지는 순식간에 공동묘지처럼 변한다. 당장 마실 물과 식량 문제가 다급하다. 모든 통신수단도 먹통이 된다. 혼돈이 혼돈을 낳아 점점 광란에 빠진다. 그렇게 얼마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차츰 정부·정치·군대·공무원·학교·증권거래소·은행보다는 식량·물과 밤에 켤 등불의 소중함에 새삼 공감하면서 이제껏 누려왔던 문명사회의 혜택이 헛된 꿈이었음을 깨달아 간다.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식량·물·불을 마련할 일을 의논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방법이 도출된다. 농사였다. 소와 쟁기를 이용하여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손으로 김을 매고, 뙤약볕 아래서 땀 흘리면서 농사짓고 하늘에서 내린 빗물을 잘 가두고 관리하여 농사를 지어 거둔 곡식으로 식량을 마련하는 오래된 미래로 돌아가는 것이다. 농사를 제대로 짓자면 쟁기를 잘 끌어 줄 튼실한 소를 잘 키우고 번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동력을 한데 모아서 일의 효율을 높이는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기대고 믿고 돕는 협동심을 이끌 어른이 필요하다. 모자라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식량 생산을 늘리는 문제보다 먼저 자신들이 식량을 아끼면서 서로 챙겨주고 나누는 실천을 삶의 미덕으로 키워야 한다. 이 같은 가상현실을 토대로 하여 마련한 농사의 미래가 현재의 농업정책에 실제로 반영된 글을 읽었다. 일본의 경우다.

농가로 등록된 농가마다 경작하거나 관리해야 할 일정 면적이 국가로부터 주어져 있어서 함부로 매매하거나 농가로 등록될 수 없게 정해져 있다. 즉 특정 연도 기준으로 산정된 일본 전체 인구가 외국의 도움 없이 일본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토지를 확보한 것이다. 국제간 운송수단이 마련되지 않고 일본 독자적인 생존을 피할 수 없다는 극한 상황을 대비하여 최소한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농촌 지역이 도시 문명의 영향을 받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농업지역으로 정해져 있는 곳에 온갖 명분으로 공장·아파트 단지 같은 시설을 허가하지 않고 철저하게 농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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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확보된 토지는 언제든 농작물을 심어 좋은 작물로 키워낼 수 있는 살아있는 농토로서의 품질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전깃불이 없고, 기계로 움직이는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사라진 뒤에도 큰 혼란 없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고전적 농사에서 찾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종말이나 반문명적 퇴행이 아니라 인류가 아무리 꿈꾸어도 헛되지 않은 모든 인류의 희망으로 살아가는 미래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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