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진주에서는 김장하 선생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 운영으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 설립, 문화사업과 독립 언론 지원, 공익법인과 연구소 운영 등으로 지역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진주 시민들로부터 높은 존경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100여억 원이나 투입해 1984년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재학생과 대학진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운영하다가 1991년 국가에 기부하여 공립학교로 전환한 것은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만큼 특별하다.

김장하 선생이 한 일은 서구 국가들의 부호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김장하 선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한 분이다. 기업활동을 통해 모은 재산으로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공익적 교육, 연구를 촉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동 재산(common property)이다. 설립자금과 기부금을 학교법인에 넣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하버드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이 하버드 가문과 스탠퍼드 가문의 소유물인가. 록펠러재단과 카네기재단이 그 가문의 소유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장하 선생이 사립학교로 유지하면서 공공적으로 운영하는 길을 유지하지 않고 사립에서 공립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사립으로 유지되는 한 높은 공공성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교회, 사립학교 등 공동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운영하는 비정상적 행위가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장하 선생의 고귀한 마음이 이 사회에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사립학교 운영자들 중 재단기부금을 계속 투입할 여력이 없는 분들은 이제 공립으로 전환토록 하는 것이 옳다. 사립학교는 거의 정부 재정 보조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교사 임용, 시설 개보수 등 모든 면에서 공립학교와 동일한 식으로 관리하여 재단 측이 부당한 이득을 챙기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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