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허환구 창원시설공단 이사장이 품위 없는 언행과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 내부에서도 제대로 견제되지 않고 있어 창원시 공기업의 인권 감수성이 구조적인 맹점에 노출됐음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허 이사장이 지난 2일 취임식 직후 행해진 첫 간부회의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허 이사장이 몇몇 간부에게 저급한 발언을 포함하여 여성문화센터장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과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언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목이 전체 직원에게 생중계된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지자 허 이사장이 취한 행동은 직원 내부게시판에 변명성 사과를 올린 것이 전부이다. 허 이사장이 자신의 의도가 선량했음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가해자들이 곧잘 하는 판에 박힌 변명이며 반성의 진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허 이사장은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사죄하는 반성문을 공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인사들이 포함되었고 올해 출범한 창원시설공단 인권경영위원회가 허 이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인권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기관장이 인권침해 언행을 했는지 조사하거나 판단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인권조직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허 이사장의 발언을 눈앞에서 본 직원 중 일부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비슷한 일이 언제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허성무 시장이 허 이사장에게 구두로 경고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허성무 시정에서도 공직자의 흐트러진 기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허 이사장이 오랜 경력의 공무원 출신이지만 허 시장이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검증 없이 공기업 대표로 발탁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창원시는 공무원 성인지교육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장이나 공기업 대표의 선정 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인사가 걸러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기관 내 인권조직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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