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 캐슬>속 현실 충격적
사회 불평등 획기적 완화 장치 있어야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보여주는 사교육의 광기어린 모습은 충격적이다. 극적인 요소를 도입하기는 했겠지만, 오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교육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 같다.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자녀의 대학 진학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은 무딘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사교육은 학생 각 개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사교육으로 진화했다. 학생 '코디네이터'는 계획 수립을 넘어 개별 학생들의 입시 전형 요소를 일일이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비용도 월등하게 높다.

코디까지 동원되어 학생의 모든 일상생활이 관리되고, 상위권 대학 선호 학과 입학에만 맞춰지는 스카이캐슬식 사교육은 그 자체로 문제다. 학생을 자칫 괴물로 만들 수 있다. 점수 올리기와 1등에만 몰두하다 보면 공감, 우애 등 다른 소중한 자질을 키우지 못하고 극히 이기적인 인간이 된다. 공부가 뒤떨어지거나 장애가 있는 동료 학생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은 설 자리가 없다. 이렇게 초중고 학생 생활을 보낸 학생이 대학에 들어오면 적응에 애를 먹는다. 학문 세계와 전문적 직종은 정답이 없는 세계다. 방대하게 축적된 지식을 흡수하며 닥쳐오는 문제를 파악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일상생활 계획을 짜고 그 내용을 만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국대학에 진학한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표절 때문에 고통을 겪고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는 데는 맞춤형 사교육의 부작용도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되었을까. 외환위기 이후 사회불평등이 심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날로 확대돼 왔다. 500인 이상 사업체 대비 3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은 1980년대 초반에는 95%나 되었으나 최근에는 50% 내외에 불과하다. 또한 사회보장이 취약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층 저학력자 등 약자들은 제대로 살림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도 없다. 불평등 심화를 겪는 사람들은 사회적 사다리에서 처음부터 높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수입이 안정적인 전문직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학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고비용 맞춤형 사교육 수요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사교육 광기에서 벗어날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수시와 학종의 비중을 낮추는 등 신입생 선발제도를 개선하여 맞춤형 사교육의 필요를 낮추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사회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여 맞춤형 사교육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기업, 정부는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 노동운동은 기업별 임금 극대화 전략을 벗어나 전체 노동자 '임금 평준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은 산별교섭을 수용하여 하후상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물론 이것은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해야 가능하다. 정부는 현재의 기업별 노조체제 대신 산업별 노조체제와 산별교섭을 제도화해야 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더라도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지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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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 확충으로 가족이 대를 물려가며 서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을 벗어나서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돌보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총량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 들어섰다. 사교육 광기는 그야말로 후진국적 현상이다. 이 양자 간의 괴리를 낮추어야 국민의 행복감이 높아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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