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搜査)',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보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 또는 유지 여부 결정을 위해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설명합니다. 국가의 형태나 역사와 관계없이 수사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기초적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원동력이며, 또한 자칫 수사는 '인권침해'를 하고 권력화되어 남용될 수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는 제도적 견제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수사에 언제부터인가 권(權)이라는 단어를 붙여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논의 중입니다. 소위 '수사권 조정'은 대통령 선거마다 단골 공약이 된 지 오래입니다. 많은 시민께서는 궁금해 합니다. '수사는 이미 경찰이 하고 있는데, 왜 또 권한을 요구하는가요?' 저는 '대한민국 수사의 97%를 경찰이 하고 있으나, 우리 형사법은 검사만이 수사를 하고 그 책임을 지게 합니다. 현실과 법이 다릅니다'라고 답변을 드립니다. 경찰은 몇 년 전 간신히 '수사개시권'을 갖게 되어 수사현실을 일부 법제화하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검사가 독점하도록 했습니다. 독점한 권한은 권력화되어 수사 및 기소 여부도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면서 식민통치에 활용하였는데, 광복 이후 지금까지도 그 체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검찰이 수사를 하는데, 자신들의 범죄도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현상을 자주 보셨습니다. 심지어 경찰이 검찰비리를 수사하는 조짐만 보여도 '수사 지휘'라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수사를 중단시킵니다.

경찰이 요구하는 것은 수사권이 아니라 '수사 책임'입니다.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경찰 스스로 책임지며 수사하고, 민주적 통제장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권한이 아닌 '책임 분배'를 통해 서로 경쟁하고 협조하면 그 혜택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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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에서는 공정한 형사사법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성적으로 활동 중입니다. 불평등·불공정한 수사구조를 조속히 개선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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