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생성·가공·활용 가능해야 진정한 스마트공장"
생존 위해 스마트시스템 구축, 현대기아차와 모터 공급계약
"연구원 등 고급 일자리 늘어...인프라 생산유발, 적극투자를"

경남지역은 현재 500여 제조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발 들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스마트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마트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한 기업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삼현(회장 황성호·창원시 의창구)은 경남지역 스마트공장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삼현은 경영 전략에 따라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시스템 구축 고민을 이어왔다. 현재는 '고도화 초기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삼현을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정연환(52) 사장 얘기를 들어봤다.

◇대기업 거래 위한 전략적 선택 = 삼현은 자동차·로봇·방산 분야의 정밀 제어용 모터, 제어기, 액추에이터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2014년부터 자체 개발한 동력전달장치용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모터를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그 발판이 다름 아닌 스마트공장이었다.

삼현은 2010년 현대기아차와 거래를 모색했다. 그러나 LG이노텍, 효성, 계양전기 등 업계 쟁쟁한 기업 틈을 파고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들 기업을 넘어설 전략을 고민했고, 스마트시스템 구축에 눈 돌렸다. 2011∼2012년 스마트공장 연구에 집중했다. 2013년 설비 구축, 2014년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샘플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로부터 '이 정도 품질이라면 신뢰할 만하다'는 답을 얻으며 마침내 모터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삼현은 자신들의 스마트시스템에 강한 믿음을 뒀고, 이를 영업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삼현은 현대기아차와의 계약에 앞서 "우리 생산 측정 시스템 정보까지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럴 경우, 불량률과 같은 감추고 싶은 정보까지 노출된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대개 꺼리는데, 삼현은 되레 역제안을 한 것이다.

지금 현대기아차와 신뢰 관계는 돈독하다. 현대기아차로부터 외국기업체를 소개받을 정도다.

▲ ㈜삼현 정연환 사장이 창원시 팔룡동 본사 공장 스마트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정연환 사장은 이러한 과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리 기업은 사람 얼굴로 치면 잘 생기지 않은 쪽이에요. 화장이라도 잘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 메이크업으로 스마트공장을 선택한 것입니다. 살기 위한 선택이었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현대기아차 선택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5년 내 최종 스마트화 목표 = 삼현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때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지원금' 5000만 원을 활용했다. 그 외 구축 비용은 모두 자부담으로 했다. 애초 시스템 도입 이후 불안정한 시기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나 기대했던 수준으로 정착됐다.

삼현 같은 경우, 스마트공장 구축 전후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지금 제품은 시스템 구축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량품 대응만 놓고 봐도, 신속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삼현 생산 부품에는 큐아르(QR) 코드가 모두 부착돼 있다. 어떤 내용의 부품인지, 어느 협력업체 제품인지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문제 발생 때 그 원인을 즉각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재고량 감소는 시스템 도입 초기와 비교해 수억 원 절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 삼현 생산 부품에는 큐아르(QR) 코드가 모두 부착돼 있다.

스마트공장 수준은 일반적으로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로 나뉘는데, 삼현은 현재 고도화 초기 단계까지 올라있다. 기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만약 새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관련 공정을 하나씩 추가만 하면 된다.

스마트공장 최종 단계는 시스템 스스로 '고장 진단' '자가 정비'까지 하는 수준이다. 삼현은 당장 이 단계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채산성 측면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이를 추진해 '스마트공장 최종단계'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관심사는 고용 변화 여부다. 삼현 현장직은 2016년 49명까지 늘었다가 이듬해 35명으로 줄었다. 반면 연구직은 2016년 38명에서 다음 해 47명으로 늘었다.

정 사장은 이렇게 전했다. "과거 전체 인원이 100명 밑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123명, 현재 137명입니다. 이것이 스마트공장 때문에 늘어난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사세 확장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봐야죠. 최근 늘어난 인원 대부분은 연구원·엔지니어입니다."

정 사장은 '스마트공장과 일자리'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견해를 나타냈다.

"하부 업무 일자리는 줄고 고급 일자리는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전체 총량은 결국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이 있어요. 스마트공장 기계를 개발하고 유통하고 설치하는 분야는 늘어납니다. 인프라 쪽 생산유발이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스마트공장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그래도 (고용은) 미세하게 줄어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지원도 선택과 집중 필요" = 창원시는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스마트산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스마트공장 몇 군데를 찾았는데, 삼현 역시 빼놓지 않았다. 허 시장은 "스마트공장 우수 기업체 노하우가 다른 업체들에 확장될 수 있도록 도움 주길 바란다"는 주문을 했다. 실제 삼현은 스마트공장 선도기업 역할에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시범공장으로 타 기업에 개방하고 교육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창원시와 논의 중이다.

정 사장은 '스마트공장'에 대한 접근법부터 달리 할 것을 강조했다.

"사실 전사적자원관리 등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거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스마트공장이라고 착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사람이 하던 것에서 바뀌니 대단하게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만 하는 것은 큰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즉, 스마트공장은 자동화뿐만 아니라 데이터 생성·가공·분석·활용, 이게 되는 시스템이냐 아니냐입니다."

정 사장은 정부·지자체 지원의 '선택과 집중' 필요성도 역설했다. 지금까지 지원책은 하향 평준화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떤 지원을 받으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장들은 이를 운영 비용으로 대개 생각하기도 합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찾았을 때도 그런 얘길 했는데요, 현재 스마트공장 지원은 마치 배급하듯 나눠주는 형태입니다. 지원 대비 효과를 봤을 때 과연 바람직하냐는 거죠. 5000만 원씩 100개, 200개 공장에 다 주려고 해봐야 큰 효과가 없다는 거죠. 차라리 그 지원금을 정말 잘할 수 있는 몇 개 업체에 집중하고, 그러한 본보기 사례를 통해 확산해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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